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마타 하리>
예술감독 및 안무가 : 테드 브랜드선
음악 : 타릭 오레건
출연 : 마타 하리(안나 치간코바), 시바 신(최영규) 외
줄거리 : 본명이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젤러인 마타 하리는 네덜란드 태생의 여인으로 석유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파산을 하자 친적집에 전전할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네덜란드의 식민지인 인도네시아에 주둔하던 군인과 결혼하였으나 부부 사이가 순탄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죽고 딸마저 빼앗긴 마타 하리는 남편과 이혼한 후 파리로 건너온다. 생계를 위해 자바섬에서 배웠던 이국적인 춤을 매우 선정적으로 추어서 새로운 눈요깃거리가 필요했던 유럽 상류층 남성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을 지닌 '마타 하리'라는 이름을 예명으로 사용하면서 파리의 최고 클럽인 물랑루즈에서 가장 인기있는 무희가 되었다. 고혹적이면서 섹시한 춤으로 이목을 끌었던 마타 하리는 부유층 남성들의 코르티잔이 되었다. 이처럼 전 유럽의 상류층 남성들로부터 대쉬를 받았던 마타 하리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이중 스파이로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측이 그녀에게 접근하여 거금을 주면서 프랑스의 군사 정보를 빼낼것을 약속받는다. 전쟁 전부터 마타 하리를 주목하고 있었던 영국 정보기관은 그녀의 스파이 행위를 의심하면서 그녀를 체포하였다. 마타 하리는 심문 과정에서 독일에서 얻은 정보를 프랑스에게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 겨우 풀려났으나 결국 프랑스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녀는 자신은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아무도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한때나마 그녀와 관계가 깊었던 고위급 인사들마저 그녀를 스파이로 고발했다. 결국에는 이 추문을 덮기 위해 서둘러 사형 집행이 이루어졌고 그녀의 나이 41세였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스파이였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마타 하리는 스파이를 목적으로 미인계를 사용하는 매혹적인 이중 첩자의 대명사로 오늘날까지 알려져 있다.
<마타 하리>를 감상하면서 <마이얼링>의 루돌프 황태자를 떠올렸다. 루돌프 황태자 역을 맡은 발레리노가 드라마 전반에 걸쳐 나오면서 작품 자체를 이끌어나가듯이 마타 하리 역을 맡은 발레리나도 이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루돌프 황태자역이 배역 자체에 혼연일체가 되어야 할만큼 춤에 인물 자체를 녹여내면서 체력 소모까지 심한 역할인것처럼 마타 하리도 어지간한 발레리나가 아니고서는 이 역을 추기가 힘들 정도로 배역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이다.
개인사의 굴곡과 격변의 시대에 휩쓸려 소용돌이치듯 살다 간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쉽게 동화될 정도로 마타 하리의 인생을 생생하고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원근법이 감각적인 무대 연출과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거나 인생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를 묘사하는 조명도 마타 하리라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또 그녀의 삶에 드리웠던 빛과 그림자, 비극적인 죽음까지 인생 전반에 걸친 스토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면서 드라마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해주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여인의 삶을 그려낸 작품이다보니 그만큼 격정적인 춤들이 많다. 그런데도 발레의 아름다운 선을 살린 안무가 많아서 이 정도의 깔끔하면서도 역동적인 스토리 전개와 감각적인 무대연출과 화려한 의상과 춤이라면 발레 애호가라면 큰 호불호가 없이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 무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마타 하리의 춤에 점차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자 마타 하리는 발레 교육을 받기 위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발레학교와 발레 뤼스의 문을 두드린다. 이 장면에서 드가의 발레 그림들을 재현한 것처럼 발레 학교 학생들이 로맨틱 튜튜를 입고 발레 수업을 받는 모습이 나오고, 파리에서 불꽃같은 스캔들을 일으켰던 발레 뤼스의 니진스키도 나온다. 세기말에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클럽이었던 물랑루즈까지 그대로 재현하면서 로트렉의 그림 속에서 톡 튀어나온듯한 무희들도 나오니 정말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 마타 하리는 패션 모델처럼 수많은 옷들을 갈아입으면서 춤을 춘다. 마타 하리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수많은 의상들은 주인공과 함께 행복했던 한 순간을 빛내기도, 인생의 시련을 함께 겪기도, 짧고 강렬했던 화려함을 발산하기도 하면서 한 여인의 인생 자체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장면 전환마다 의상을 재빨리 갈아입고 나와서 격랑의 시대를 살다 간 여인의 삶을 섬세한 춤과 연기로 그려내야 하는 역이다 보니 발레리나의 강철 체력이 요구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타 하리의 인생 자체를 춘 안나 치간코바의 복근을 보고 엄청 놀랐다. 이 만만치 않은 배역을 위해 거의 프로틴만 먹고 운동한 듯한 발레리나의 복근과 몸에 새겨진 흔적들을 보면서 마음이 경건해졌다. 마타 하리를 추기 위해 치열하게 고된 훈련과 끊임없는 반복과 거듭되는 연습 과정을 거쳤을 발레리나의 예술혼. 발레리나의 발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몸에 새겨진 그 흔적들을 보며 존경의 박수를 보냈다.
https://youtu.be/DR_L8peJSxs?si=QwQojX69VPi3BBz1
https://youtu.be/jQcIsGDYc6Y?si=JzHmcqzgvr0tJZWK
참고 문헌
네이버 지식 백과, 마타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