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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Sep 16. 2023

어쩌다 발레를 배우다...08

몸개그 했어요

발레학원이 시간이 지나자 성인반 클래스가 다양해졌다. 새로 등록한 회원들이 점차 늘면서 기존에 다니던 회원들과의 레벨 차이 때문에 원장님은 초급반만 있던 성인반 클래스를 좀 더 세분화했다. 그리고 토요일에도 성인반 클래스가 새로 생겼다. 클래스가 많아지면서 가르치는 발레 선생님들도 새로 들어왔다. 나는 평일에 같이 수업을 받는 몇몇 회원분들과 함께 토요일에도 발레 수업을 받기로 했다. 토요반 발레 선생님은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하신 분이었다.      


발레 수업을 받다 보니 선생님들의 스타일에 따라 수업의 방향이 다르고 특정 동작을 자주 배운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가령 원장님은 센터 동작 중에 “톰베 파드부레 글라사드 그랑제떼”와 같은 활기찬 동작들을 좋아하셨는데, 원장님은 외향적인 성향답게 센터 동작도 움직임이 활발한 안무를 많이 내주셨다.

Tombe pas de bourree glissade grand jete 참고 영상 : 네이버 카페 (naver.com)

(링크를 클릭하시면 로열발레단의 "톰베 파드부레 글리사드 그랑제떼" 영상이 나옵니다.)


또 어떤 선생님은 매트 스트레칭 뿐만 아니라 Barre 동작과 센터 동작들을 우리들에게 별다르게 가르쳐주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막상 해보면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고강도인 경우가 있었다. 대체로 그런 선생님의 수업 시간에는 ’아디지오‘나 ’앙레르‘와 같이 보기에는 별 것 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고통을 체험하게 되는 동작들을 배우고 있었다.

https://naver.me/xoYNF0fq


새로 들어오신 토요반 선생님은 춤선이 유난히 예뻤다. 우리들에게 내주시는 안무도 대체로 몸의 라인과 폴드브라, 목선이 예쁘게 보이는 안무가 많았다. 스트뉴를 한 바퀴를 돌고 나서 곧바로 발랑세 스텝을 밟는 왈츠 동작이나 앙브아떼나 파드샤와 같은 예쁜 동작들을 아름다운 폴드브라와 함께 출 수 있는 동작들로 안무를 만드셨다.  발레 동작 이름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했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이 시연을 하실 때에는 그 동작들이 그렇게 정말 예뻤다.

https://naver.me/FC4NOWfh


https://naver.me/GPX9giVt


하지만 내가 할 때에는 몸개그를 하는 것 같았고 그 느낌이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발레 동작들이 우아하거나 예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여서 설득력이 없게 다가왔다. 그렇게 추는 내 모습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나는 발레 탓(?)을 했다. '원래 이상한 동작인가봐...'      


한참 뒤에 발레 학원 회원들 카톡방에서 프로 무용수들이 하는 앙브아떼와 파드샤 유튜브 동영상 보게 되었는데 그 날 나는 매서운 손매로 딱밤을 머리에 세게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그 동영상은 라 스칼라 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중에서 피날레에 해당했던 부분으로 데지레 왕자와 오로라 공주가 결혼식에서 파드 되를 추는 장면이었다. 그 영상에서 로베르토 볼레(데지레 왕자)와 다이애나 비쉬네바(오로라 공주)가 앙브아떼와 파드샤는 물론 우리가 수업 시간에 배웠던 대부분의 동작들을 매우 예쁘게 추고 있었다. “아, 이게 이렇게 예쁜 동작들이었구나.” 그렇다. 발레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선생님도 우리들에게 예쁜 동작들을 알려주고 계셨던 것이다. 전부 내 몸이 잘못한 거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코로나 19가 터졌다. 코로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고, 그로 인해 세상은 잠든 것만 같았다. 발레 학원도 문을 닫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무용실에 모였을 때 나는 발레 선생님을 크게 웃겨드렸다. 나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쉬는 동안 그렇게 수도 없이 많이 해왔던 발레 인사법(레베랑스)을 그새 다 까먹고 이상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내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빵!하고 터뜨리셨다.

https://naver.me/xyl5yV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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