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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Mar 15. 2024

가볍고 익살스러운 감성이 웃음을 자아내는 발레 작품

케네스 맥밀란의 <엘리트 싱코페이션>

안무 : 케네스 맥밀란

음악 : 스콧 조플린

의상 : 이안 스

초연 : 로열발레단, 코벤트가든, 1974년 10월 7일


미국의 래그 타임 작곡가 스콧 조플린의 음악을 사용해 만든 발레 작품이다. 래그 타임은 '고르지 못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Ragged '의 의미처럼 싱코페이션(당김음)을 많이 써서 리듬에 변화를 준 음악을 말한다. 싱코페이션을 사용하게 되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음악이 리드미컬하게 된다.

4/4박자의 단조로운 악보
싱코페이션(당김음)을 사용한 4/4박자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1458music

https://m.blog.naver.com/1458music/223367953714


물론 클래식 음악에도 싱코페이션이 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에는 싱코페이션이 없지만 모차르트 이후부터 수많은 클래식 작곡가들이 싱코페이션을 사용했다. 싱코페이션을 사용하게 되면 강박과 여린박의 위치가 바뀌게 되어 여린박이 먼저 나오게 된다. 이렇게 박이 바뀌면서 생긴 리듬의 변화는 마치 음을 밀고 당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싱코페이션을 정말 잘 쓴 사람들이 바로 흑인 음악가들이다. 흑인들의 DNA안에는 싱코페이션으로 꽉찬 흥겨운 리듬감각이 있나보다.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까지 살았던 미국의 흑인 작곡가 스콧 조플린은 그냥 싱코페이션도 아니고 더블 싱코페이션을 사용해서 들으면 흥겹고 즐거운 음악들을 많이 남겼다. 그래서 그가 남긴 음악들이 대체로 단순하고 반복되는 선율임에도 더블 싱코페이션이 가져온 리듬의 변화 때문에 자유롭고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https://youtu.be/Fxk9qwCFf8s?si=-jo92KrDmJjE6WbS


한편 영국의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은 당김음을 많이 사용한 스콧 조플린의 음악에 가볍고 익살스러운 감성을 넣어 발레 작품을 만들었다. 발레 작품에서 실제 밴드 뮤지션들이 무대 뒷면에 자리잡고 앉아 음악을 연주하고, 원색의 화려한 무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그 음악에 몸을 실어 당김음을 사용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https://youtu.be/cvvd8TTWedE?si=XWuXfr2sBDVbaOM6


왼손의 반주는 클래식의 박자를 지키되 오른손의 멜로디에 당김음을 써서 생기는 리듬의 변화가 즐겁고 자유분방하게 들리는 스콧 조플린의 음악에 여러가지 춤들을 첨가해 만든 이 작품은 싱코페이션이 가져다주는 변칙 박자에 무용수들이 당김음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https://youtu.be/vd50fsJgvLs?si=3OfJABz1tpHCNRWC

영상 속의 파드 되는 <엘리트 싱코페이션>중에서 '베세나 왈츠'로 발레의 기본 위에 스윙, 자이브, 슬로우 드래그 등의

클럽 사교 댄스의 스텝과 동작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음악이 리드미컬한 엇박이다보니 발레에서 발을 이동하는 스텝인 파드브레나 톰베파드브레도 변형을 해서 아주 가볍게 밟는다.


영상 속에서 발레리나 사라 램이 골반으로 리듬을 타고 있는데, 발레 테크닉과 규칙에는 아주 어긋난 동작이다.

발레에는 절대로 없는 동작이 웨이브와 골반 리듬 타기인데,

20세기 영국의 발레 안무가 맥밀란이 만 골반으로 리듬 타는 동작이 오늘날 아이돌 댄스 못지 않다.


발레의 규칙 중의 하나가 폴드브라와 하체와 시선의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맥밀란은 이 작품에서 그 규칙을 깨고 아이돌 댄스에서 사용하는 '아이솔레이션'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솔레이션'은 발레에서 중시하는상,하체와 시선의 전체적인 조화와 정반대되는 상, 하체가 따로 노는 춤의 기법이다. 골반으로 리듬을 탈 때 좀 더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추기 위해 무릎 바운스를 사용해 추는데, 영상 속에서 사라 램이 무릎과 골반을 같이 움직이고 있다. 맥밀란은 오늘날에 태어나셨어도 아이돌 댄스 안무가로 크게 성공하셨을 것 같다.


발레 <엘리트 싱코페이션> 의상 스케치


의상 디자이너 이안 스퍼링은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엘리트 싱코페이션>을 위해 원색 컬러의 강렬하고 유치한 감성을 넣어서 아주 재미난 의상들을 디자인했다.

사진 출처 : 로열 오페라 하우스


그런데 무용 작품의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먼저 안무가가 구상을 한다. 안무가가 자신이 원하는 의상을 이야기하면 디자이너가 그에 따라 스케치를 한다. 밑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어떤 천을 사용해 의상을 만들지를 안무가와 협의한 후 예산 안에서 의상을 디자인해 가봉한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안무가의 재치가 들어간 춤과 음악과 무대 의상에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발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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