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함, 그 참을 수 없는 반가움

때론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일상이 반가울 때가 있다.

by 도하

내가 사는 동네의 역 출구에는, 매일 보이는

교회전도 할아버지와 버스정류장에서 상주하시며

거리 생활 중인 중년 아저씨가 있다.


원래는 매일 보는 그들이 무섭기도 하고

교회 전단지도 그동안 안 받은 걸 기억을 못 하시는 건가

그냥 다 번거롭고 마주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아주 우리 동네 지킴이시네를 외치며..)


그러던 어느 날, 난 여느 때와 상관없이

회사 퇴근길이었다.


평소 경비아저씨와 가끔 수다를 떨던 터라

아저씨가 날 붙잡고 물으셨다.

"새벽에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원래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나였기에 말했다.

"그냥 새벽에 술 마시고 들어가는 학생들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요?"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외부인(중년의 남자)이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옥상에서 떨어져 그렇게 됐어.

그리고 그걸 아침에 일찍 나가는 여학생이

목격하고 소리를 지른 걸 들었나 보네."


외부인이 계단을 타고 온다는 것과

내가 사는 오피스텔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도 무섭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다 문득 매일 보이던 버스 정류장 아저씨가

요즘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설마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괜한 무거운 마음이 증폭되던 출근길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버스정류장 아저씨를 보게 되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분의 한결같은 일상에

안도감과 반가움이 샘솟았다.


그냥 반가웠고, 안부를 묻고 싶었던 것 같다.

( +교회 할아버지도 늘 안녕하시고,

오늘도 어김없이 전단지를 건네주셨다 .)


ps, 연세가 있으신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요즘은 나와 교류가 없는 이웃이라도

그저 무탈하다는 말이 반갑고 고맙다."고 하시는

말씀의 그 어떤 언저리가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면식은 없지만 이웃이 된 여러분의

매일이 늘 무탈하고 평안하길 기원하며..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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