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라기 Nov 03. 2023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

말에 실수가 없으면 온전한 사람

  난 여전히 말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서, 비난하는 마음이 생겨서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다. 이제는 많이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한번 더 참고 생각한 다음에 말하려고 애쓰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말실수로 대학교 2학년 때 친구에게 절교당할 뻔한 적도 있다. 

  정작 나는 기억도 안 나는 말로 친구는 큰 상처를 받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어 안절부절못하며 사과했던 적이 있다. 사과하면서 "미안했어." 했더니, 그 말도 기분 나쁘다고 해 "미안해"로 고쳐 말했던 사건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생각난다. 참고로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 이번에 힘든 일을 겪으면서 괜찮은지 수시로 안부롤 물어 봐 주던 사람이다.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서 내 말의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 날, 막내딸 생일 기념으로 친구와 같이 작은 동물원을 데려간 적이 있었다. 친구는 50cm 정도 되는 큰 연필을 포함해 여러 가지 문구를 생일 선물로 준비해 왔다. 

  "어, 이 연필은 왜 이렇게 커?"

  "이걸 어떻게 쓰라고?"

  친구는 약간 당황해하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차 뒷좌석에 친구와 나란히 앉아 얘기하는 걸 듣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선물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한 말투 때문에 친구가 기분 나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섣불리 끼어들진 못했다. 친구와는 늘 밖에서 따로 만나 놀았기 때문에 둘이 대화하는 걸 직접 본 건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슬쩍 물었다.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엄청 마음에 드는데?"

  "그런데 아까 얘기하는 걸 들었을 땐 마음에 안 드는 것처럼 들렸거든. 마음에 들면, 선물 고마워. 마음에 들어.라고 말하면 좋을 것 같아. 이 연필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는 내 조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자신이 한 말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가 그런 얘기를 했었냐며 되물었다.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려우나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잠 10장 19절)'


  오늘 아침에 본 큐티 말씀이다. 말에 대해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주신다. 지혜로운 자와 미련한 자를 비교하면서 지혜로운 자 되길 강력하게 권면하고 있다. 의인의 혀는 순은과 같다, 의인의 입술은 여러 사람을 교육한다, 의인의 입은 지혜를 낸다, 의인의 입술은 기쁘게 할 것을 안다고 말씀하신다. 야고보서 말씀에 말들의 입에 재갈 물리는 것이 온몸을 제어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말실수가 없는 자라면 온전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내 뒷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통해 내가 배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