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라기 Nov 03. 2023

서투른 교사 vs 훌륭한 교사

나는 서투른 교사였다

서투른 교사는 나를 따르지 않는 한두 명의 아이에게 집중하고, 훌륭한 교사는 나를 따르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종종 서투른 교사는 나를 따르지 않는 한두 명의 아이 때문에 모든 아이를 날 선 칼 위에 서 있는 긴장 속에 살아가게 한다.
                                                             -토드 휘태커 <훌륭한 교사는 무엇인 다른가> 중에서-

  나는 서투른 교사였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훌륭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어디쯤 언저리는 있는 교사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오만이었다.  이 글을 좀 더 일찍 접했다면 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가 이렇게 반성을 잘하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다. 아니, 내가 이렇게 끊임없이 자책하는 사람인 줄 예전엔 몰랐다. 날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늘 자신감 넘치고, 씩씩한 게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니 위축되고 소심해졌다. 이런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적응이 잘 안 됐다. 자책하고 있는 나 자신마저 자책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내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쓰다 보니 내 글이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쉬게 되었지만, 처음으로 생긴 이 시간들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난생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 진학, 대학교 4학년 때 임용고시, 3월 1일 자 발령, 몇 년 후 결혼과 함께 이어진 육아..... 물론 육아 휴직도 했었다. 그건 휴직이라 말할 수 없다. 육아 노동이었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끝없는 집안일보다 더 힘들었던 건, 머릿속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늘 돌발상황 앞에 허둥대기 일쑤였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었다. 셋째가 두 돌이 되어갈 무렵 복직을 했는데 출근하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학기마다 있는 방학은 아이들도 같이 방학이었다. 세끼 밥 차려주고, 몇 번의 체험 활동과 가족 여행 후에는 개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던 나에게 갑자기 주어진 여유는 고통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고, 홀로 도서관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만난 이 문구 앞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나도 모르게 내가 잘못한 것들을 또 들춰내고 있었다. 25명의 아이들 중, 날 무시하고 반항했다고 느낀 아이들은 몇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저 나만 바라보면서 소통하고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쉬면서도 힘들어했던 이유는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나를 따르지 않는 한 두 명의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날 바라보고 있던, 날 기다리고 있던 많은 아이들을 놓쳤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는데, 토드 휘테커가 정곡을 찔렀다. 몇몇의 아이들 때문에 교실 분위기는 자주 엉망이 됐고, 나머지 아이들은 긴장감 속에 머물러있게 된 적이 많았다. 나의 서투른 행동과 처방 때문이었음을 돌이켜 생각한다.


내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한다. 또다시 실패할까 봐, 무너질까 봐 두렵다. 


공자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생략)... 기뻐하기만 하고 참뜻을 궁구 하지 않거나, 따르기만 하고 실제로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도 그런 사람은 끝내 어찌할 수 없다!


  토드 휘태커와 공자 가르침에 따라 끝내 어찌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면서 폭풍 잔소리하는 것을 멈추고, 따라오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학급을 운영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늦게라도 따라오겠지.  그러다 보면 서투른 교사와 훌륭한 교사 사이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이 행복해진다는 말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학급 운영을 실패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