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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Nov 03. 2023

서투른 교사 vs 훌륭한 교사

나는 서투른 교사였다

서투른 교사는 나를 따르지 않는 한두 명의 아이에게 집중하고, 훌륭한 교사는 나를 따르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종종 서투른 교사는 나를 따르지 않는 한두 명의 아이 때문에 모든 아이를 날 선 칼 위에 서 있는 긴장 속에 살아가게 한다.
                                                             -토드 휘태커 <훌륭한 교사는 무엇인 다른가> 중에서-

  나는 서투른 교사였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훌륭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어디쯤 언저리는 있는 교사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오만이었다.  이 글을 좀 더 일찍 접했다면 난 다른 선택을 했을까? 


  내가 이렇게 반성을 잘하는 사람인 줄 미처 몰랐다. 아니, 내가 이렇게 끊임없이 자책하는 사람인 줄 예전엔 몰랐다. 날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나의 이런 모습을 상상조차 못 할 것이다. 늘 자신감 넘치고, 씩씩한 게 나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니 위축되고 소심해졌다. 이런 내 모습이 나 스스로도 적응이 잘 안 됐다. 자책하고 있는 나 자신마저 자책하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내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쓰다 보니 내 글이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쉬게 되었지만, 처음으로 생긴 이 시간들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난생처음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대학 진학, 대학교 4학년 때 임용고시, 3월 1일 자 발령, 몇 년 후 결혼과 함께 이어진 육아..... 물론 육아 휴직도 했었다. 그건 휴직이라 말할 수 없다. 육아 노동이었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끝없는 집안일보다 더 힘들었던 건, 머릿속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늘 돌발상황 앞에 허둥대기 일쑤였고,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었다. 셋째가 두 돌이 되어갈 무렵 복직을 했는데 출근하는 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학기마다 있는 방학은 아이들도 같이 방학이었다. 세끼 밥 차려주고, 몇 번의 체험 활동과 가족 여행 후에는 개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오던 나에게 갑자기 주어진 여유는 고통으로 시작했지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고, 홀로 도서관에 앉아 있는 이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만난 이 문구 앞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나도 모르게 내가 잘못한 것들을 또 들춰내고 있었다. 25명의 아이들 중, 날 무시하고 반항했다고 느낀 아이들은 몇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저 나만 바라보면서 소통하고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쉬면서도 힘들어했던 이유는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나를 따르지 않는 한 두 명의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날 바라보고 있던, 날 기다리고 있던 많은 아이들을 놓쳤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었는데, 토드 휘테커가 정곡을 찔렀다. 몇몇의 아이들 때문에 교실 분위기는 자주 엉망이 됐고, 나머지 아이들은 긴장감 속에 머물러있게 된 적이 많았다. 나의 서투른 행동과 처방 때문이었음을 돌이켜 생각한다.


내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려고 한다. 또다시 실패할까 봐, 무너질까 봐 두렵다. 


공자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생략)... 기뻐하기만 하고 참뜻을 궁구 하지 않거나, 따르기만 하고 실제로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나도 그런 사람은 끝내 어찌할 수 없다!


  토드 휘태커와 공자 가르침에 따라 끝내 어찌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면서 폭풍 잔소리하는 것을 멈추고, 따라오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학급을 운영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늦게라도 따라오겠지.  그러다 보면 서투른 교사와 훌륭한 교사 사이 그 어디쯤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이 행복해진다는 말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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