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학년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 소환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져 있다.
남학생들의 핫 아이템은 '미니미니 게임'으로 한 가지에 몰입하는 편이고, 여학생들은 정말 다양하게 논다. 선생님 놀이, 미용실 놀이, 컵 쌓기, 블럭 쌓기, 그림 그리기 등 그 때 그 때 다르게 노는 편이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노는 놀이도 있다. 비석치기! 이것 역시 수시로 하면서 지낸다.
서로 싸우지도 않고 얼마나 사이좋게 잘 노는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해진다. 1학기 내내 투닥거렸는데, 언제 그렇게 티격태격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너~무 잘 지낸다. 놀이를 하며 한 발짝 물러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학기 초를 생각하면 훌~쩍 커버린 것 같아 너무 기특하다.
아이들은 40분 수업 후에 주어지는 꿀 같은 10분의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논다. 가끔씩 5분 정도 연장해 주긴 하지만, 아이들이 매번 하는 얘기들이 있다.
"선생님, 쉬는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나요?"
" 5분만 더 주세요!!"
어제는 전통 놀이 선생님이 노린재를 잡아와서 잠시 보여주었더니, 점심 시간에 여학생들이 노리재를 잡아와서는 집을 지어주겠다며 종이컵을 꺼내서 테이프로 붙이고 색종이로 꾸몄다. 노린재 집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놀이로 탄생했다.
우리 반은 교실에 있는 학습 자료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에 꼭 필요해서 따로 구입한 것 외에는 도화지나 색종이 등 만들기 재료, 그리기 재료같은 걸 가져다가 사용하라고 허용해 주었다. 좀 더 다양하게 놀이를 확장해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늘 점심 시간에 급식을 먹고 운동장으로 나간 아이들이 수업 시간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가끔씩 놀다가 시간을 잊고 5분 정도 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조금 더 기다리고 있었지만 계속 안 들어오길래 교실에 있던 한 친구가 데리러 나갔다.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면서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것이다.
"지금 몇 시지?"
"1시 25분인데요."
"몇 시에 수업 시작이지?"
"1시 10분이요."
얘기를 듣다보니 수업 시작 시간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같이 노느라 안 들어왔던 것 같았다. '알면서도 늦게 들어온 건 정말 나쁜 거라고, 내일부터 점심 시간은 없으니 점심 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서 각자 할 일을 하라'고 했다. 그 때부터 아이들이 엄청 심각해졌다. 하루 중에, 그래도 여유 있게 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없어져 버렸으니 얼마나 표정이 우울해졌는지 모른다.
그래도 끝까지 표정을 풀지 않고 얘기했다. 그리고 칠판에 적었다.
<내일부터 점심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각자 할 일 하기>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끼리 뭔가 심각한 얘기를 하길래 무슨 얘길 하나 가봤더니 한 아이가 저에게 머뭇거리며 물었다.
"선생님, 그럼 저희 내일부터 급식 못 먹나요?"
무슨 얘기인가 했다. 그리고 칠판을 보니..... 점심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으라는 얘기에 아이들은 급식을 못 먹고 앉아있으라는 얘기로 해석했나 보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다시 설명해 주었다. 점심 시간이 되면 급식을 먹은 다음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교실로 들어와서 앉아있으라는 말이었다고.....
노는 것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 내일 잘 견딜 수 있을까 심히 궁금하다.
아마도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