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2)

2021년 2학년 아이들과 함께했던 추억 소환

by 해피써니

점심 시간에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게 아이들에게는 큰 일이긴 한가 보다. 아침에 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어제 교실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도 똑같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나요?"

"그럼."

"저흰 잘못이 없는데 너무 억울하잖아요. 저 어제 너무 억울해서...." 하며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졌다. 순간 울컥했나보다. 얼마나 억울하다고 느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참 많아. 너희들은 오늘 첫번째 억울한 일을 당한거야."


나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친구가 갑자기 자신이 억울했던 기억을 꺼내들었다.

"전 친구들하고 놀이할 때 눈감고 하기로 약속하고 진짜 눈감고 했는데, 눈 떴다고 해서 진짜 억울했어요."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전 어제 7시밖에 안됐는데 아빠가 9시 된 줄 알고 핸드폰 끄고 자라고 해서 진짜 억울했어요."


한 명 두 명 억울한 일들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너희들 벌써부터 억울한 일을 겪었구나. 진짜 억울했겠다. 그런데, 얘들아 우리가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 친구들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럼 저희보고 친구를 위해 죽으라는 건가요?"

"친구를 위해 죽는 것만 희생이라고 하지 않아. 죽는 것도 희생이겠지만 친구를 위해 한발 양보하는 것, 친구를 위해 참는 것도 희생이야. 친구들은 자리에 앉아있는데 난 잘못 없으니까 놀아야지...하면서 놀면 앉아있는 친구들의 기분이 어떨까?"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을 위해 같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희생이라고 볼 수 있지. 그렇게 해볼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싫다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었다. 한번의 대화로 이해가 된다면 아홉살이 아니겠지... 선생님이 앉아있으라고 하면 앉아있겠지만, 그래도 억울한 마음을 한번씩 쏟아놓고 싶은 아이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렇게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 먹기 위해 급식실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그 때 그 광대 노린재가 기어가는 것을 보더니 만져보겠다고 서로 가위바위보를 하고 난리가 났다. 그렇게 한 친구가 잠시 만졌다가 급식실을 가야해서 어쩔 수 없이 놓아주었는데, 한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슬쩍 물어본다.


"선생님, 이따 점심 먹고 가는 길에 노린재 잡아서 교실로 가져가면 안되요?"

"그래. 잡아서 가져가."(교실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 근처였다.)

"혹시 저희가 나왔는데, 노린재가 없으면 찾으러 다녀도 되요?"

"그래, 찾아 봐."

"혹시 이 근처에 없으면 운동장으로 찾으러 나가도 되요?"


노린재를 핑계로 운동장에서 잠시라도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하고 저를 슬쩍 떠보는 아이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안돼. 우리 바로 교실로 올라가서 앉아있기로 했지?"

"네~"


점심을 마지막까지 먹은 친구를 데리고 나왔더니 아이들이 웅성웅성 나무 계단에 모여 있었다.


"왜 교실 안 들어갔어?"

"노린재가 없어져서 영은이가 찾으러 갔는데, 저희는 영은이 찾고 있어요."

"너희들은 교실로 올라가 있어. 선생님이 찾아 볼께."


그렇게 말하고 교실로 올라갔더니 영은이가 먼저 교실에 올라와 앉아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식으로 아이들이 나를 설득하려고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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