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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Nov 21. 2023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는?

끝장을 보기로 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처음엔 꽉 막힌 현실 앞에 숨 쉴 구멍이 필요해서 시작했다. 그저 내가 살기 위해 글을 썼다. 쉼 없이 내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다소 이기적인 이유로 쌓기 시작한 '내 이야기'가 어느 정도 바닥이 드러날 때쯤 '발행'하기로 결심했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 읽는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뿌듯했고 설렜다.

  구독자가 몇 명인지, 조회수는 어떻게 되는지 검색했다. 라이킷 알림이 몇 번 울리는지 체크했다. 발행한 글이 누적될수록 조금씩 힘이 빠졌다. 처음 시작할 때쯤 구독한 6명을 끝으로 구독자 수는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뭐가 부족한 걸까 고민하며 글쓰기 책도 찾아보고, 브런치 인기글도 기웃거려 보았다. 구독자 수가 몇 백 명씩 되는 작가들의 글도 읽어보았지만 제각각의 개성이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이 뭔지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글쓰기 비법을 정리해 둔 글을 읽으며 100일 동안 멈추지 않고 쓰라던 작가들의 권유에 따라 숙제하듯 매일 글을 발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 때, 개인적인 일로 며칠 글 쓸 타이밍을 놓쳐 쉬게 된 후론 다시 마음 잡고 글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침부터 써야지 마음은 먹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밤이 되고 다시 다음 날로 미루기 십상이었다. '그만둘까?'라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읽는 사람도 없는 글을 골치 아파가면 뭐 하러 쓰나....'싶은 마음도 들었다.


  요즘 인문학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면서 손에 잡은 것이 '성학집요'였다. 너무 멀게만 느껴진 위인들의 이야기, 위인들의 생각에 대해 알아볼 생각조차 못했었지만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책을 통해 한 발 짝 뗄 용기가 생겼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압도되어 부담이 되었지만, 고전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읽어보기로 했다.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에서 '배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음을 보존하지 않고서는 앎을 끝까지 미루어가지 못하며, 또 마음을 보존했다면 앎을 끝까지 미루어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중략) 성현이 '덕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보여준 것 가운데 이보다 더 자세한 것이 없으니 배우는 이들은 마음을 다해야 한다.    -성학집요 중에서-

  율곡 이이는 배우기 위해서 먼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했으며 한번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마음먹는 건 그래도 할 만하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며 매일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매일 한편이나 두 편씩 쓰면서 발행을 했다. 하지만, 100일이라는 기한을 정해 놓고 이제 겨우 30일 정도 지났는데, 벌써 마음이 흔들린다. 성학집요 책을 며칠 째 40쪽 못 넘기고 있으면서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불안함도 밀려온다. 역시 끝까지 하는 건 쉽지 않다.


  '실패한 사람의 90%는 끝까지 하지 않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성공은 '능력의 있고 없음'보다 '끝까지 했느냐 안 했느냐'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소나기가 아니라 매일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에 의해 바위가 파이듯이 꾸준함이 필요하다. 바위가 패일 때까지 떨어지는 물방울의 인내를 배워야 할 때다.


 어느 날, 남편이 영화 '역린'의 명대사라고 하면서 가슴 깊이 새기고 다닌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중용 23장 중에서-

  '작은 일에도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낸 중용 23장의 구절이었다.

  율곡 이이도 성학집요에서 '정성'에 관해 언급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이치를 깨치지 못하는 것을 염려하고, 지식과 견문이 넓은 것보다 독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실하게 실천하지 못한 것은 정성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박학다식'이란 표현을 유행어처럼 쓰며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요즘, 율곡 이이의 조언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자세지극히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강조한 옛 성현들이 나를 설득했다.


 1. 구독자 수가 한 달 넘게 6명밖에 안되지만, 글을 발행할 때마다 읽어주는 30-40명의 사람들이 있다.

 2. 글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썼다 지웠다는 반복 하지만, 결국 완성해서 글을 발행할 때의 기쁨을 안다.

 3. 너무 괴롭고 힘든 마음이 들 때면, 글을 통해 긍정 에너지로 변화됨을 느낀다.

 4. 100일은 까마득하게 멀지만, 벌써 30일을 채웠다는 사실에 뿌듯해한다.

 5. 끝까지 하루하루 분량을 채워가다 보면 성장해 있을 거라 믿는다.

  이것이 내가 매일 글을 쓰기로 결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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