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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Dec 06. 2023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또 하나 추가다

  소통 전문가로 유명한 김창옥 씨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알츠하이머 의심 증상을 고백했다. 나이 50세에,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강연으로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그에게 닥친 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면서 연일 '젊은 치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유튜브를 보려고 어플을 클릭했더니 '젊은 치매'에 대한 뉴스가 첫 번째로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20분 남짓 되는 영상을 끝까지 봤다.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내 건망증에 대해 내심 걱정되었던 마음이 나를 멈춰 세웠다.


  사실 내 건망증은 오래되었다. 뭘 하려고 하다가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말하다가도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까먹고, 수업 준비를 며칠 전에 해두면 잊어버리고 다시 준비하기도 했었다.


  며칠 전에는 남편과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나한테 차키를 줬다는데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안 줬다고 얘기하면서 손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분명히 받은 기억이 없는데 주머니에 차키가 있었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아파트 입주 시 만든 드레스룸 안에 금고가 있다. 금고라고 대단한 건 아니고 비밀 번호를 입력하면 열리는 서랍이다. 수시로 물건을 넣었다 뺐다 하는데 어제도 아무 생각 없이 비밀 번호를 눌렀다. 잘 열리던 서랍이 안 열리는 순간 다시 번호를 누르다 멈칫했다. 생각이 안 났다. 무의적으로 번호를 누르다가 번호를 의식했더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 이런~~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생각하며 눌렀지만 여전히 미동 없는 금고를 보며 마음 한 켠에 밀어두었던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비밀 번호 설정 방법이 적힌 설명서를 펼쳐 들고 내가 했을 법한 번호를 눌렀다. '띠링~' 열렸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내가 보던 유튜브 영상 말미엔 여의도 성모병원 뇌건강센터장 임현국 교수가 치매 예방법 3.3.3. 법칙을 소개했다. 

3권(즐길 것) :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책이나 신문 읽고, 글쓰기

3금(참을 것): 술은 한 번에 3장보다 적게 마시기, 담배 피우지 않기, 뇌손상 예방하기

3행(챙길 것):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3가지 정기 체크, 가족과 친구 만나 소통하기, 매년 치매조기검
진 받기

   난 일주일에 3번 이상 걷는다. 이 추운 날씨에도 만보를 채우려고 애쓴다. 생선과 채소도 골고루 먹고 있다. 술, 담배 안 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 하고 있는 것이 치매 예방법이 들어간다니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특히 내 눈에 들어온 문구는  '책이나 신문 읽고, 글쓰기'였다. 내가 지금 가장 마음을 쏟고 있는 이 일이 내가 가장 걱정하는 일을 예방하는 방법이라니 반가웠다. 


예전에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글을 썼는데, 내가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 또 하나 추가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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