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학교를 쉬게 되면서 시간이 많아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정신없이 살다가 혼자 덩그러니 집에 남게된 상황이 참 낯설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차츰 시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뒤로 미뤄두었던 것들을 하기로 했다.
그 중에 하나가 맨발 걷기다. 퇴근하고 잠깐 짬을 내 한 번씩 걷긴 했지만 꾸준히 하기 어려웠는데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집 근처 공원에 있는 흙길을 맨발로 걸었다. 길이가 짧은 편이라 여러 번 왔다갔다하며 만보기로 걸음 수를 체크했다. 주로 나이가 지긋한 분들 걷는 길에 젊은 사람이 끼어든 것 같아 처음엔 눈치가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상황들도 익숙해질 때쯤, 발가락을 다쳤다. 엄지발톱이 까맣게 멍이 들면서 발이 아파 한동안 걷는 걸 중단했다. 열흘정도 쉬었더니 맨발걷기하며 줄었던 체중도 다시 늘기 시작했다.
발가락 통증도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다시 맨발 걷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열흘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져 흙바닥은 예전과 달리 냉기가 가득했다. 맨발로 걷기 시작하자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한기가 온 몸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도로 신발을 신고 걸었다. 겨울엔 좀 쉬었다가 봄 되면 다시 시작해야지,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맨발 걷기 효능에 대한 글을 읽었다.
브런치를 뒤적이다 만난 글이었는데, 맨발 걷기가 여름보다 겨울에 10배는 더 효과적이라는 글이었다. 기온이 낮아지면 체온과의 큰 차이 때문에 발바닥의 모세 혈관이 좁아져 모세혈관 옆에 붙은 미세한 혈관이 피를 옮기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는 설명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원리같았다. 체온과 바깥 온도의 큰 기온 차로 몸은 좀 힘들어도 혈액 순환은 좋아진다는 게 요지였다. 이 글을 읽고 다시 맨발 걷기를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추운 날씨 탓에 맨발로 걷는 사람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신발은 벗어도 양말은 벗지 않고 걷는 분들이 종종 있었고, 대부분 신발을 신고 걸었다. 나만 홀로 맨발로 걸었다. 호기심에 쳐다보는 시선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시선보다 불편했던 건 발바닥에서 시작된 한기가 몸 속으로 뚫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점점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졌다. 퉁퉁 부은 것 같은 느낌으로 내가 걷는 건지, 발이 나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5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신발을 신었다. 신발을 신어도 감각이 돌아오는 데 한참 걸렸다.
며칠 지나 다시 한번 도전했다. 처음보다는 좀 더 오래 걸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며 며칠동안 걸었다. 그랬더니 달라진 게 생겼다. 난 산후조리를 잘못했던 탓인지 겨울이면 발이 시려 자려고 누우면 발끝이 시려서 쉽게 잠이 안든다. 따뜻한 전기 장판에 한참 발을 대고 있거나 손으로 발을 주물러 발 끝의 냉기가 사라지면 잠을 자곤 했다. 그런데 발 시린 증상이 나아졌다. 덜 시려웠다. 어느 날은 하나도 안 시려웠다. 맨발 걷기가 혈액 순환에 좋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물었다.
"발 안 시려워요?"
"엄청 시려워요. 그런데 걷고 나면 좋더라고요. 특히 잘 때 발 시린 게 없어졌어요."
"어휴~ 난 감기 걸릴까봐 신발을 못 벗겠네." 하며 지나가 버린다.
그 분이 신발을 못 벗는 이유는 맨발 걷기가 얼마나 좋은지 아직 맛보질 못해서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 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