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을 추모하며
배우 이선균은 내가 참 좋아하던 연예인 중 한 사람이었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보고 반해 파스타, 나의 아저씨, 기생충 등 여러 작품에서 빛나는 그 매력이 흠뻑 빠져 들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배우가 가정에도 충실한 따뜻한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사실에 팬심은 더 커졌다.
그런 그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투약 사실을 인정한 것도 모자라 술집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기사는 나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법쩐'이라는 최근 드라마를 찍으며 회차당 2억의 출연료를 받았던 게, 중년의 나이에 전성기가 찾아온 게 독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너도 어쩔 수 없다'는 배신감에 등을 돌렸다.
그 사이 마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쉽사리 마음이 돌아서지 않았다. 어제는 지드래곤이 '혐의 없음' 결론이 나는 걸 보면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해달라고 했다는 기사에 코웃음만 쳤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선균 사망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이선균의 무너진 마음이 보였다. 이선균이 분명 잘못한 건 맞지만 사건이 터지고, 지난 두 달 동안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되었다.
마약 사건이 터진 게 내가 학교를 쉬게 된 것과 비슷한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 역시도 실패감과 좌절감, 수치심에 위축되고 마음이 무너지는 데 한순간이었다. 한번 무너진 마음은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주변에서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줘도 벽돌 한 두장 얹어 놓았다가 '툭' 치며 쓰러지는 것처럼 반복해서 무너져 내렸다. 도대체 바닥이 어디일까 싶었다. '바닥이 있긴 한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두달 쯤 지났을 때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아킬레스건을 '툭' 건드리는 일이 생기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애쓰고 노력해도 반복되는 그 상황이 더 지치게도 했다.
이선균은 나보다 더 했겠지.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명예와 인기, 신뢰를 한 순간에 다 잃었다는 생각에 더 이상 자신이 서 있을 곳이 없다고 느꼈겠지.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고 뚫고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겠지. 결국, 이선균은 두달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선택'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객관적인 상황의 심각성과 전혀 상관없이 죽음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고 한다. 아주 가까이서 이런 선택을 한 두 사람을 봤다. 한 사람은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병가 낸지 한 달 반만에 목숨을 끊었고, 또 한 사람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빚에 시달리기 시작한지 단 한 달만에 자살을 선택했다.
나 역시 내 안에 들어오는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어떤 것을 끄집어 내서 선택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학교를 쉬면서 계속 했던 작업이 바로 이거였다.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무너지 마음 안에 어떤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고 돌아보기 위해 '치열하게' 책도 읽고 글도 썼다. 나를 지켜주는 가족들과 내 삶의 이유가 되신 하나님이 삶의 동아줄이었다.
지금, 난 많이 회복되었다. 이제는 조금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한번에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면, 이제는 2-3층까진 버티는 것 같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에 감사한 만큼 이선균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싹수가 노란 사람은 이렇게 괴로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착하고 선한 사람이었기에 죄책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 더이상 이선균의 편안한 외모와 중후한 목소리의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