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성찰-통찰을 통해 글쓰기 훈련하기
난 내가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완전 착각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눈에 보이는 단면만 보고 단편적으로 글을 쓰는 초보 수준의 글이었다는 것을....... 글을 쓸수록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아 막막하기만 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습관 하나가 생겼다. 커피를 마시면, '이걸 글로 써볼까?', 책을 읽으면, '이 구절로 글을 써보면 어떨까?', 뉴스를 보면 '어떤 내용으로 글을 쓰면 좋을까?' 끊임없이 쓸거리를 찾았다.
사실 처음 글쓰기를 시작면서 무작정 나의 일상, 나의 고민을 썼다. 쓰는 행위 자체가 힐링이 되고, 무너진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글이 어느 정도 쌓이자 반복적으로 신세 한탄만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른 걸 써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내 사고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게 내 맘같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부정적인 사람이 "나 이제 긍정적인 사람이 될거야." 마음 먹는다고 해서 쉽게 긍정적인 사람으로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 대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일상에서, 메스컴에서, 책에서 쓸거리를 찾아 헤맸다. 어느새 난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쓸거리는 넘쳐났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앉으면 또 다시 글이 막혔다.
'그래서 뭐? 아침에 커피 내려 마신 일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 올해 불수능이었다는 뉴스 기사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데?'
내가 겪은 객관적인 사건을 넘어 전달하고 싶은 의미가 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단순히 비판하고 칭찬하고 감탄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잘못된 건 뭔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지, 내 마음 상태는 어떤지 끊임없이 돌아 보았다. 글을 쓰려다 보니, 일상을 끄적이는 일기가 아니라 의미가 담긴 글을 쓰려다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성찰의 과정을 겪으며 내가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았었나, 싶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성찰만으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다. 성찰을 넘어 통찰의 경지까지 나가야 정말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훌륭한 작가들은 통찰력있게 글을 잘 쓴다.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모호한 말은 종종 권력자의 무기가 된다'는 문장이 있다. 오늘 아침,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028 대입 개편안에 대한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하든 "열심히 잘 준비하겠습니다, 잘 의논해서 준비하겠습니다."를 반복하며 넘어가는 걸 보면서 이 문장이 생각났다. 영락없이 모호한 말이 권력자의 무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이지성 작가도, '글쓰기 특강'의 유시민 작가도 명쾌하면서도 통찰력있는 문장으로 머리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글을 쓰기 위해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정작 통찰력을 갖고 있진 않다는 게 슬픈 일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관찰을 통해 나를 성찰하면서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초보 작가이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공부 방법을 안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 듯,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명백한 사실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매일 글을 써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