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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라기 Apr 27. 2024

내게도 행복이 찾아왔다

교실 속 일상에서 얻은 행복

  초등학교 4학년 국어 시간, 사실과 의견을 구분 지어 보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학급 신문을 만들었다. 우리 반 모두가 기자가 되어 학급 소식을 기사로 작성해 보자는 말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좀 더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 교실 밖에 게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3층에 위치한 교실을 올라오다 보면, 2층과 3층 사이에 오가는 아이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그 공간을 활용할 심산이었다. 약간 망설이던 아이들이 좋다며, 동의했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써보는 거라 어렵다, 하면서도 끝까지 기사를 마무리 짓고 모둠별로 학급 신문을 완성했다.


  2시간짜리 수업이 마무리될  즈음, 아이들은 벌써 수업이 끝났냐며 하나같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입을 모았다. 배움의 기쁨을 경험하는 현장 속에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히 울컥했다. 가르치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참 오랜만에  느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에게도 이런 행복한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다시 돌아오길 잘했다.


한 학생이 쓴 기사 한 편을 소개한다.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집이 얼마 전에 출간됐다. '행복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65페이지짜리 얇은 책이라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었다. 나태주 시인은 행복이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고, 우린 단지 그걸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초등교사로 살던 시인은 정년을 6개월 앞두고 죽을병에 걸렸다가 기적처럼 살아난 뒤로는 날마다 신나고 감사하게 되면서  좌우명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 날마다 이 세상 첫날처럼 맞이하고

  날마다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정리하면서 살자.'


아니야 행복은
인생의 끝자락 어디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인생 그 자체에 있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
그 길 위에 이미 있다는 걸
너도 알겠지?

가다가 행복을
찾아가다가 언제든 끝이 나도
그 자체로서 행복해져야
그것이 정말 행복이라는 걸
너도 이미 잘 알겠지?

오늘은 모처럼
맑게 개인 가을 하늘
너를 멀리 나는 또
보고 싶어 한단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 '행복' 안에 인생의 답이 있는 듯하다. 행복은 멀리 인생 끝자락이 아닌, 바로 여기, 내 마음속에 있다고, 너도 다 알고 있지 않냐며 반문한다. 삶에  대한 통찰력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 내내 열심히 질문하며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도 친구들과 의논하는 모습이 제법 진지하다. 완성된 신문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아이들의 미소 띤 얼굴이 자꾸 생각난다.


  교실 속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  속에서 가르치는 행복을 맛보는 나,  우리야 말로 지금, 여기, 행복의 길 위에 서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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