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게 벌써 두어 달 되었다. 쓸 게 없다는 핑계로, 내 삶은 참 단조롭다는 이유를 대며, 바쁜 일상으로 날 밀어넣고 있었다.
마음 한 구석엔 '언제 다시 글을 써야할까' 무거운 돌 하나 얹은 기분으로 지내다가 도서관에 들러 빌려온 책이 또 글쓰기 책이었다. 한명석이라는 작가는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에서 삶에 대한 레퍼런스를 키우라고 조언한다. 나도 글을 쓰면서 깨달은 부분이지만 그렇게 살지 않았던 사람이라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원점으로 돌아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아무 것도 쓸 게 없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 날 발견했다.
레퍼런스의 두께가 곧 나의 두께입니다.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의 레퍼런스 두께만큼만 보고 느끼며 삽니다.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받아들이는 것은 천차만별입니다. 각자의 레퍼런스가 다르기 때문이죠.(중략)레퍼러스란 책 뒤의 참고문헌과 같은 것입니다. 모든 책은 그 참고문헌만큼만 책입니다 <완벽에의 충동- 정진홍>
책에 인용된 구절이 나에게 충고하는 것 같았다. 내가 뭘 놓치고 살았나,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수많은 기억들.......
최근에 키우게 된 거북이 이야기, 끊임없이 이르는 우리반 아이 이야기, 우리집 아이들 이야기 등 쓰고 싶은 것들이 뒤엉켜서 머릿 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 얻은 삶의 통찰을 구멍난 봉투처럼 다 흘려버리고 있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 글을 다시 시작한다는 글부터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선전포고같은 거였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멀리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연어의 회귀본능이 내 안에도 있었구나, 싶다. 돌아온 탕자처럼 브런치로 돌아왔으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