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함께 있는 사진은 핀란드 기차 안에서 찍은 눈으로 뒤덮여 새하얀 숲이다. 글과는 사실 관련이 없다.)
최근에 정세랑 작가의 ‘재인, 재욱, 재훈’ 이란 어느 날 가진 작은 초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삼 남매의 다정한 이야기를 읽었다. 어떻게 이런 독특한 초능력과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든 걸까. 책을 덮고 너무 재밌어서 흥분했다.
여운이 가시지 않아 검색창에 정세랑이라 검색해 봤다. 그런데 웬걸. 정세랑 작가의 작품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들이 몇몇 보였다. 이유가 타당하게 있는 비판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하고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게시물들에는 하나같이 필력이 끔찍하다는 둥, 이 정도로 어떻게 작가 됐냐는 둥 근거 없는 뾰족한 주장이 몰아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은 그저 상처가 되는 비난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내가 그 가시에 따끔해서 빠르게 창을 닫아버렸다.
아냐 괜찮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독자들과 예의 있게 비판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 테니까.
가만 생각해 보니, 난 지금까지 읽은 정세랑 작가의 작품 중에 모든 작품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어떤 건 소재는 참신했지만 내용이 헷갈렸고 또 어떤 건 은근히 지루하다 느끼기도 했다.
끝내 이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모든 걸 좋아하지 않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팬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 옛날에도 이런 게 조금 고민이었다. 어떤 아이돌 그룹의 팬이었던 때가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너무 좋았고 진심으로 응원했지만, 사실 어떤 앨범은 조금 실망스럽다 느껴지고 저 노래는 그저 그렇다 느껴졌다.
거의 모든 팬들이 함께 정말 좋다, 훌륭하다 칭찬을 쏟아부으니 나도 거기에 휩쓸려 함께 거짓 박수를 쳤던 거 같다. 내가 이번에는 조금 아쉽다는 의견을 약간이라도 드러낼 시, 팬이 아니라고 비난받을 거 같아 두려웠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가수 아이유를 좋아하고 존경하며
스스로를 유애나라고 자부해 왔다. 예전에 아이돌을 좋아할 때는 돈을 마구마구 써가며 앨범, 포카를 사면서 덕질을 즐겼다. 덕분에 최근 흥미가 식어 공간만 차지하는 굿즈들로 후폭풍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므로 아이유 관련 굿즈, 화보, 앨범 이런 것들은 하나도 사지 안았다. 틈 날 때마다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들으며 나름대로 팬심 충전 중이다.
어느 보통의 날, 여느 때처럼 상상에 빠져든 나는 상상 속유명 프로그램에 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어릴 적 좋아하던 가수가 있었나요?”
사회자의 물음에 단번에 아이유라 답하고 아이유의 끝없는 장점들과 팬의 끝없는 행복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보통 누구 팬이라 말하면서 모은 것도 함께 자랑하지 않나?‘
순간 풀이 죽었다. 사실상 돈을 투자한 건 0에 가까우니까 팬으로 인정 안 해줄 수도 있겠단 생각에 조금 속상했다.
이제는 답을 안다. 팬 맞다. 온전히 좋아하진 않아도 여전히 좋고, 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투자할 마음과 사랑만 있다면 팬이다. 설령 누군가 인정하지 않는대도 뭐 어떤가. 내가 좋아한다고 스스로 확신하면 된다.
생각해 보자, 나는 나 자신의 모든 면이 물론 좋지 않다.
가끔 내 못난 면만 부각되어 속상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1순위다. 어느 누구보다 내가 소중하고 나를 사랑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만 스스로의 굿즈를 만들고 모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느 것을 좋아하든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타인에게 평가받을 수도 깎아내릴 수도 없는 값진 마음이다. 겉으로는 미미해 보일지라도 한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