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그냥 뱅글뱅글 낙서를 해봤다.
끊임없는 동그라미를 그리니, 어쩌면 동글동글한 원이 각진 도형들보다 무서운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은 단순하다. 그런데 원 안에 갇혀서 쳇바퀴 굴리는 햄스터처럼 뺑뺑 돌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데도 계속 제자리를 맴돈다고 느끼지 않을까. 그럴 때마다 허무하고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생각하고 숨고 싶을 것만 같다. 문제는 숨을 곳이 없다는 것. 움푹 파인 모서리가 없으니까.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
삼각형이나 십각형 같은 도형은 비교적 복잡하다. 그래도 지칠 때 숨을 만한 아늑한 구석들이 있다. 구석이 있으면 그래도 조금 왔다는 느낌이 있으니까 좀 더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늘 성격이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둥근 것은 모든 걸 포용해 주는 포근한 존재 같았다. 다시 보니, 쉴 틈 없이 사람들을 꽁꽁 옭아매는 것처럼도 보인다. 어휴..
그럼 나는 둥근 다각형이 되고 싶다. 날카로운 구석으로 콕콕 찌르지 않고 동글하게 안아주는 다각형. 그렇다고 지치게 하는 쳇바퀴가 아니다. 힘들 때면 쉬어갈 수 있는 구석들도 지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