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끝엔 따뜻한 봄날이 온다
최근에 보던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최근에 끝을 봤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본 이유는 단순히 내가 아이유의 팬이라서였다. 1,2 화에서도 꽤 뭉클한 장면이 나왔지만 그땐 그냥 '음.. 재밌겠다!' 이 정도였다. 정말 이 정도였는데...
이상하게 3화부턴가, 자꾸 눈물이 났다. 그냥 계속해서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어느새 마지막까지 나는 애순이와 관식이의 춥고 따순 날들에 함께 울고 웃고 있었다.
이 드라마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폭싹 속았수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자체다. 정말 이런 드라마가 세상에, 그것도 한국에서 존재한다는 게 감격스럽다.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 아름답고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가 다들 순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씩씩한 애순이다.
이 추운 세상에서 서로 누구보다 따뜻하게 껴안으며 버텨내는 애순과 관식뿐만 아닌, 여러 이들의 이야기가 내게 아주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 정말 여운이 오래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김에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을 매듭지을 시 하나 쓰며 마치도록 하겠다.
우리 맘 속의 영원한 문학소녀와 무쇠, 애순과 관식에게 이 시를 바친다.
삶이 귤을 줄 때
나에게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닌,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 따스운 봄날이 영원한 봄날이 아니란 걸
그때는 몰랐다.
나에게 여름은 시원한 파도를 타는 계절이 아닌,
매서운 파도에 꿀꺽 잡아먹히는 계절이었다.
아무리 계속 데어도 아프고 아플 것을
안 믿고 싶었다.
나에게 가을은 곡식을 수확하는 계절이 아닌,
곳간을 탈탈 털리는 계절이었다.
내 사랑 가슴 새까맣게 멍든 거 메꾸느라
쉴 새도 없었다.
나에게 겨울을 눈보라 속에서 쓸쓸하기만 한 계절이 아닌.
눈보라 속에서 비로소 햇살을 찾는 계절이었다.
내 인생의 숨겨져 있던 그 조그맣고 애틋한 봄이
이제는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