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시간은 참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으면서도 나중엔 아, 시간 참 빠르구나 뒤늦게 느껴 후회할 때가 많다.
그 길고 영원할 것만 같던 국제학교 생활이 마지막 날에 다다르기 전까진 몰랐다. 얼마나 소중하고 시간들이었는지 말이다.
6학년의 마지막 날. 이 날은 나에게 두 가지의 끝마침이었다. 하나는 6학년의 끝, 또 하나는 국제학교의 끝이었다.
분명 아침에는 폴짝폴짝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돌아올 때는 눈물을 질질 흐리며 돌아오고 말았다.
마지막 날이니까 즐겁게 먹고 떠들며 하루를 보냈다.
파티를 끝마치고 청소를 하고, 사물함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참 이상했다. 이제 가방을 들고 학교를 나오면 끝이라니... 믿고 싶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마치 영화는 끝났는데 너무 아쉬워서 극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스크린만 쳐다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왠지 두려웠다. 아직 할 게 남은 것 같은데, 정말 끝이야? 쿠키영상도 없어? 엔딩 송이라도 있었으면,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라도 주길 바랐다.
모든 게 서툴어 힘들었던 4학년부터 모든 게 반짝반짝 환장할 만큼 예쁜 추억이 된 6학년까지. 그 2년이 뭐 이리 빠르게 흐른 건지, 하늘에 대고 따져 묻고 싶었다. 이럴 거면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길걸, 기회 될 때 외국애들한테 말 더 많이 걸어볼걸. 후회가 하나 둘 피어올랐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그래, 씩씩하게 나가자, 미련 없이 깔끔하게, 이런 다짐들을 한 채 몇 발자국 못 나가고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행복했던 지난 과거들에 발목을 잡혔다. 그리고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렇게 큰 소리로 시원하게 펑펑 울었다.
싫다고, 나 안 간다고 억지를 부려봐도 할 수 없이 교문을 느릿느릿 나갔다.
그땐 정말 국제학교가 그리워 죽을 줄 알았건만, 그리워 죽긴커녕 모든 게 가물가물하고 현재 중학교 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휴... 뭔가 나 자신에게 배신감이 든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어서 울고불고 난리 치는 것보단 쿨하게 잊어버린 쪽이 낫다 본다.
그래도 이따금씩 추억에 젖어 조금 눈물이 날 때면 이젠 '이젠 안녕'의 가사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이 가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난 이 아름다운 가사를 믿는다. 헤어짐은 다시 만날 약속이라고, 언젠간 우연히 만날 인연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지금까지 얼렁뚱땅 국제학교 적응기 연재 브런치북을 읽어주셔 참 감사드립니다.
부족하고, 때때로 제가 봐도 재미없는 글인데도 끝없이 관심과 사랑을 주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더 열심히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는 작가 딸기라떼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