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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행복

by 작은 브러시

왠지 외롭거나 우울하고 나 자신이 창피할 때, 나는 가상의 것들을 상상한다. 현실에는 딱 제한이 있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아니다. 라벤더 속에서 뒹구는 드래곤도, 나무를 가볍게 뽑아 바닥을 쓸고 다니는 거인도, 도깨비 혼혈인 학생도 그 무엇도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오늘 슬퍼도 내일은 기쁠지 알 수 없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매일이 행복하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가득 차있으니까. 상상의 효과는 대단하다. 현실의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는 비밀 상상친구에게 다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문뜩 당장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는, 연보라색 문으로 통하는 비밀스러운 세계를 그려냈다. 그 세계 속을 유영하는 동안이라도,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지고 우울함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 수많은 황홀한 세계들을 느낀 후 다시 현실에 설 때는 그래도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긴다. 다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


요즘은 즐겁게 잘 지내다가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브. 런. 치. 이 세 글자가 날 억눌렀다. 작가 프로필에는 꾸준히 쓰겠다고 써놨으면서, 한참을 못 쓰고 있었다. 그래놓고 뒹굴거리며 게으름이나 피우다니, 참 뻔뻔하다 뻔뻔해. 뭐라도 써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물론 구독자 수가 많지도 않지만 날 기다리시는 독자 분이 있을까 봐... 그리고 뻔뻔하고 부끄럽지 않으려면 프로필에 쓰인 것처럼 꾸준함만은 지켜야만 한다..라는 이유도 물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참을 안 썼더니 손이 근질거리고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자꾸만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그만큼 글 쓰기가 간절했다.


아무리 마음이 간절해도 소용없었다. 압박감이 날 죄어올수록 내 두뇌조차 조이는 듯했다. 꼭 써야 한다는 불안감 덕에 자꾸만 문장이 꼬이고 소재가 꼬이고...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런 마음이 점점 스트레스로 쌓일수록 점점 비관적이 되어갔다. 난 글을 쓰면 안 되나 보다, 이렇게 글 한편도 힘겹게 쓰는데 어떻게 나중에 소설 작가라는 꿈을 이룰 수 있겠어, 정말 안될 것 같아. 아주 잠시동안이었지만 그냥 브런치 삭제할까 라는 위험한 생각을 했다. 이 마지막 생각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지! 그러면 내 구독자 분들은 뭐가 되는데, 그건 실례지. 그리고 처음부터 글 잘 쓰는 사람이 어딨어? 처음부터 번뜩이는 아이디어 생각해 내는 사람이 어딨 냐고. 물론 소수의 예외는 있지, 참 대단한 분들이다. 하지만 그 부류는 극소수니까. 기죽지 말아야지,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뭐든 써보자.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후... 이런 상황에 나에게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냐. 훌훌 털어내 버려! 내 노래 들으면 글이 술술 써질지 누가 알아? 들어볼래?" 위로하며 딩가딩가 기타 치며 부드럽게 노래 부르는 유쾌하고 따스한 소년이 떠올랐다. 그의 노래 속에서 영감을 얻게 해 주는..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 소년이 친구로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마침 글을 끄적이던 노트장 빈구석에 머릿속에 있던 모습을 쓱쓱 대충 그려보았다.


대충 그린 녀석(수학 풀이과정도 쓰고 낙서도 하는 자유로운 공책)


역시 상상할 수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것의 최대 장점이구나, 행복해하고 있는 찰나에 머릿속 전구에 불이 띵 켜졌다. 아, 그래. 내가 힘들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 상상하기에 대해 적어볼까? 순간 쾌변을 한 듯이 속이 다 시원해지고 안도감이 밀려왔다. 다행이다. 마음이 솜털처럼 가볍고 포근해졌다. 정말로 영감을 주네, 딩가딩가 기타 소년에게 참 고마워졌다. 소년을 만들어낸 나의 상상력에겐 더더욱 고마웠다.

아름다운 상상 덕분에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우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나만의 상상법(?)을 공유하며 마칠까 한다. 뭐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만약 요즘 왠지 지치신다면 이 방법을 참고해 보시길.


일단 부정적인 생각은 꼭 피하기

힘든 마음에 고민도 스트레스도 짜증도 푹푹 쌓이니까

부정적인 생각은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 좋은 생각을 할수록 어두운 상황을 상상하게 될 것이고, 그를 거듭할수록 더욱 우울의 늪에 빠져든다.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일단 최대한 좋아하는 거, 행복한 것들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들을 밀쳐내야 한다.


가능한 편안한 상태가 되기(가능하다면)

말 그대로 가능한 편안해지면 좋다. 정신적으로 가 힘들다면 육체적으로라도 말이다. 개운히 씻은 후 로션을 부드럽게 발라주고 가장 편한 옷을 입는다. 어깨에 힘을 빼고 포근한 침대나 소파에 누워 천천히 호흡하면 마음이 진정된다.

그런데 만약 힘든 마음을 부여잡은 채 일을 하고 있다거나, 대중교통 같이 편안하게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있으시다면.

… 음.. 안타깝게도 그건 어쩔 수 없다. 편안한 상태가 된다면 더 수월히 상상법 실행 가능하지만, 괜찮다.

마지막으로, 꼭 내가 말한 게 정답은 아니니, 당신만의 편안해지는 법이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 후 3like 상상법 실행하기

그런 다음은 아주 쉽고 간단하다.

이름하여 3like 상상법이다. 이 상상법 소개 전, 미리 일러두자면, 상상은 하늘 위 새처럼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므로. 아까 말했듯, 상상에 제한이나 불가능은 없다. 그냥 자유롭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는 것이 효과가 최고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3like 는 세가지 분야에서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첫째, 당신이 좋아하는, 즉 꿈에 그리는 장소를 떠올려보라. 현실에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당신이 지금 당장 가보고 싶은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런 장소를 상상하는 것이다.


둘째, 당신이 세상에서 좋아하며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려라. 가족, 친구, 고양이, 도마뱀 등. 꼭 현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캐릭터, 마법사 같은 멋지다 느끼는 상상의 존재들도 물론 가능하다. 혼자가 좋다? 그럼 상상 속에서 홀로 천국을 만끽하면 된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활동, 아님 해보고 싶은 것을 하는 상상을 해라. 서핑하기, 만들기, 마법 쓰기, 피닉스를 쓰다듬으며 야경을 보기 등등.

whatever! 무엇이든지.


한마디로 가장 좋아하는 (가보고픈) 장소에서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또는 만나보고픈) 존재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것(해보고픈 것)을 하며 행복을 누리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어떤가, 나에게는 효과가 꽤 좋은 편인데. 당신께도 좋길 바란다. 부디 예쁜 상상으로 마음이 조금이라도 평온해지셨길.


(+ 문뜩 든 생각이긴 하다만, 내 mbti에 N이 있기에 상상 효과가 좋았나, S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파이팅! )


정말 아까 그 캐릭터가 물 흐르듯 떠오른 게 신의 한 수 인 것 같다. 그 딩가딩가 녀석(조만간 이름도 지어줘야지) 덕에 갑자기 아이디어의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참 기쁜 날이다. 다시 한번 열심히 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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