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해 보이는 시작이라도
‘새로운 도전‘, ’ 변화‘
이런 단어들이 요즘 들어 내 마음을 크게 움직인다. 무모한 날 것 같아 보이면서 그만큼 반짝거리는 말로 느껴진다.
지난 토요일, 제주도의 스누피 가든에 다녀왔다. 마냥 귀엽고 천진한 스누피의 얼굴 위 몽글몽글 생각 풍선에는 꽤나 진지하고 철학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었다.
일주일치 하루가 아닌 1일치 하루를 보내자, 오늘을 위해 살자 같은.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짧은 한마디다.
”변화“가 필요해
거의 매일, 모든 순간이 변화의 연속 아닐까 생각한다. 작고 소소한 것들이라도 말이다. 흐렸던 하늘이 푸르게 맑아지고, 무릎과 마음의 상처와 아무는 것. 먹고 싶던 음식이 달라지는 것조차 변화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변화들이지만, 행동의 변화는 쉽사리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는 동안 쭉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버릇을 고칠 순 없다. 물 흐르듯 변하는 다른 것들과 달리,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는 끈질긴 의지가 필요하다.
내 머릿속의 생각이나 주관은 자주 달라지곤 한다. 어제는 A 같았지만 오늘은 B 같고, 오늘 이걸 본 이후로는 C를 따라야지, 이렇게 생각한다. 늘 마음은 새로운 회오리들로 뒤죽박죽 소용돌이친다. 그 소용돌이는 하나의 커다란 소망으로 이끈다.
”변화하고 싶다“는 소망. 더 좋은 것을 알고 품고 실천하여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
그럼에도 정말 굳건한 바람이었는지 의심하게 될 때가 많다. 분명 뜨거운 불씨 같다 느꼈다. 그런데 그 불씨를 현실로 만드려 할 때마다 차게 식어 움츠러들어 버린다.
밖에서 활활 탈 준비가 충분히 됐다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를 꺼내려할 때면 자꾸 멈칫하고 쪼그라든다.
이 마음, 이 빛나보이는 도전은 그저 찰나의 빛 아닐까. 내가 이 불씨를 계속, 완벽히 이을 수 있을까, 무리인 것 같은데. 이렇게 힘들고 거창한 걸 내가 어떻게 해.
이런 생각들이 밀려와 포기하고 불씨를 또다시 속에 가두게 된다.
나에겐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이 느껴지고, 그런 벽을
부술 완벽한 도구조차 없다는 것. 이런 것들이 나를 주저앉힌다. 고작 이런 생각에 밀려버리는 도전이라니..
늘 부끄럽다. 완벽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일단 그냥 시도는 해보는 게 좋은 건 안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쉽사리 버려지질 않는다.
그런데 최근 학교 진로 시간에, 복싱선수였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건축가가 된 한 일본인에 대한 영상을 보았다. 복싱과 건축. 거리가 멀지만, 그는 건축에 훨씬 더 천재적 재능을 보여 성공했다. 그런 그를 보고 다시금 느낀 게, 도전정신의 중요성이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거의 불가능하다며 도전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그건 너무 손해이다. 그렇게 평생 자신의 재능이 묻힐 수도 있는 것인데. 만약 죽을 나이가 돼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면, 그동안의 시간이 많이 후회스러웠을 것 같다.
안 해보고 후회할 바엔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것. 상당한 경험들로 느껴왔지만, 정작 나는 겁이 나 행동은 안 하고 깊은 미련이 남는 쪽을 택해버린다.
그럼에도 속에서 홀로 타닥타닥 타는 불은 이젠 지긋지긋하다. 밖으로 나가 타오를 것도 아닌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마음속에서만 희미하게 타는 게 아닌,
또렷이 자신의 빛을 내세우는 불완전한 불씨를 갖고 싶다.
불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0과 1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한 책에서 읽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작더라도 뭐라도 해본다면 소소해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 작은 불빛이 천천히라도 쌓인다면, 정말이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