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라는 게 뭘까, 문뜩 의문이 든다.
‘완벽‘이라는 것. 하나부터 열까지 딱딱 들어맞는, 그야말로 빈틈없는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럼 완벽한 하루는 모든 게 내 뜻대로 풀리는 날이라고 해석된다.
그럼 완벽한 하루는 행복한 하루일까?
물론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완벽만이 행복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 예상치 못한 네 잎 클로버 같은 일에 즐거움을 발견하는 날도 종종 있으니까.
사실 내가 그동안 쭉- 생각해 온 완벽한 하루란 즐거움, 설렘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들만이 가득 찬 하루다. 1분 1초도 기분 상하지 않고 미소 짓는, 아무 불만도 불안도 없는 날. 모든 것이 좋은 날이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한가? 하루아침에 멸망할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게 세상이자 삶인데. 아침에는 분명 느긋했는데 점심이 되니 빠듯해지고, 오후에는 우울했지만 밤에는 설레서 잠 못 드는 일상인데.
한마디에 뜨뜻해졌다가 또 퍽 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계속 좋은 감정만 느끼는 것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걸 수도 있겠다.
완벽한 것을 보면 감탄하고 부럽지만 한 편으로는 거리감이 느껴져 위축되기도 한다. 아예 다른 차원에서 온 것 같아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 들 때 왠지 좀 쓸쓸해진다. 완벽한 것도 좋지만 나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게 좀 더 와닿고 편안하다. 살짝 구멍난 느낌이어도 자기만의 것이 살아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우리의 나날들도 말이다. 모든 것에 채워지고 기쁜 촘촘한 날은 멋지고 의미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하루 종일 치이고 우울했던 끝에 귀여운 고양이가 갸르릉거렸던 날. 왠지 피곤했지만 그 사람이 웃어준 덕에 버텼던 날. 이렇게 조금 엉성해도, 작은 무언가 하나라도 나에게 짙은 성취감, 행복 같은 걸 안겨준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을 되돌아보며 웃는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 아닐까? 자그맣게 반짝였던 것이 하나라도 있던 그날은 충분히 좋은 날이라 생각한다.
모두들 행복을 갈망한다. 모두들 행복을 위해 떠난다. 저 멀리 있는 행복을 위해 나아갈 수도 있지만 여기 우리 발치에 뿃하고 피어난 행복을 위해 머무는 방법도 있다.
오늘은 왠지 완벽한 하루는 아니어도 충분한 하루는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