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듯이 늘 노래를 듣는다. 그냥 습관처럼 튼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공부할 때, 휴식할 때 언제든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끌리는 노래를 고른다. 그럼 기분이 우울하거나 꿀꿀해도 조금은 나아진다. 노래는 힘이 나게 해주는 에너지 충전기이다. 나에게 긍정 에너지를 듬뿍 채워주는 노래 세 가지를 소개하겠다.
1. 윤하-태양물고기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춰
어기지 않은 약속
태양이 건네줬던 힘
어떤 누구의 얘기도
기꺼이 미소 짓도록
단단한 내가 되기를
하늘 담은 바다처럼
이 노래는 작년에 많이 들었다. 시원한 아침바람 사이로 청량한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등교할 때 참 기분 좋았다. 나는 평소에 근심 걱정이 마구마구 떠오르는 성격이다. 전엔 더 자주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휩쓸리고 상처받았다. 그런데 이 노래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났다. '단단한 하늘 담은 바다'가 될 거라고, 나를 위한 응원가 같이 느껴졌다. 나만의 응원가를 들으며 멋진 하루가 될 거라는, 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었다. 태양물고기는 나 자신을 단단히 믿게 해 주었다.
태양물고기 사실 개복치의 영어 이름 'Sunfish'를 말하는 것이다. 소재 개복치에 대한 이야기는 실은 최근 처음 알았다. 개복치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에도 굉장히 예민하다 알려져 있다. 흔히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개복치 멘탈이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개복치를 약하고 힘없는 생명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건 대부분이 오해이다. 개복치는 해수면부터 심해까지 헤엄칠 수 있는 긴 수명의 강한 생명체다. 윤하는 어두운 밤바다에서 빛을 내는, 바다의 태양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 빛으로 주변을 환히 밝힐 수 있는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표현했다.
즉, 개복치는 남들에게는 약하게 비칠지라도 단단한 마음으로 주변을 비추는 존재이다. 태양물고기처럼 단단한 네가 되라는 응원이 따스히 다가온다.
2. 아이유-Unlucky
Just life, we're still good without luck
비틀거려도 계속 또박또박 똑바르게 걸어 (Take your time)
There's no right 때론 모두가 외로운지도 몰라
지워지고 싶지 않아서 악쓰는지도 몰라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달콤한 마카롱처럼 우아하며 발랄한 음색에 사로잡힌다. 아이유 노래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쁜 가사지만, 노래에 따라 목소리 톤, 분위기 등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역시 매력인 것 같다. Unlucky특유의 통통 튀며 여유로운 듯한 느낌을 좋아한다.
한동안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었다. 모두 자기대로 잘 스며든 것 같은데 나만 혼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듯한. 다들 수월하게 해내는데 나만 뒤처지는 거 같았다. 노력 부족인가, 운이 지지리도 없나. 한마디로 좀 울적하고 외로웠다. 하루를 시작해야 할 때마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이 노래는 다정한 친구 같은 존재였고 여전히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운 따위가 너를 넘어뜨리진 못하니 괜찮다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외로울지 불안할지 몰라. 너만이 비틀대는 게 아니야. 저기 저 사람이 그 만의 속도로, 넌 그저 네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고. 그럼 어느새 도착해 있을 거야,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들렸다.
가사대로,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다다른 이곳에서 미소 짓는다. 조금씩이라도 나아가면 언젠가는 눈앞에 나타날 기쁨을 이제는 안다.
3. 볼빨간사춘기-아틀란티스 소녀
저 먼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구름 위로 올라가면 보일까
천사와 나팔 부는 아이들
—
이젠 나의 그 작은 소망과
꿈을 잃지 않기를
저 하늘 속에 속삭일래
재생목록을 넘기고 넘기다 우연히 듣게 됐는데, 첫 소절부터 가슴이 요동쳤다. ‘저 먼바다 끝에 뭐가 있을까, 세상과는 먼 이야기‘ 라니..! 아름답고 신비로운 판타지 같은 분위기에 마음을 확 빼앗겼다.
알고 보니 원곡은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였다. 들어보니 그 노래도 멋졌지만 왠지 커버 버전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는 뭐랄까, 소년만화의 대담한 해적 소녀가 돛을 펼치며 확신에 차 힘껏 부르는 느낌이었다. (그저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반면에 볼사의 아틀란티스 소녀는 우연히 하나의 반짝임을 동경하게 된 소녀가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새 세계로 나아가며 노래하는 것 같다.
종종 현실세계 속 일상이 따분하고 시시하다 느껴질 때면 이 노래를 찾는다.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 비로소 나는 천사와 함께 비밀스러운 섬 속 숲에서 춤을 춘다. 그렇게 마법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나면 기분이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모든 걸 파헤쳐보고 싶은 충동에도 휩싸이곤 하는데 정말 짜릿하다. 내 모든 꿈과 소망이 이뤄질 것만 같다. 이렇게 언젠가 나의 꿈이 펼쳐지리라는 기대에 활력을 얻고 힘찬 하루를 보내게 해 준다.
노래의 힘은 어쩜 이리 강력한지. 그 짧은 서너 분 동안 미소 짓고, 울고, 흥이 나고 차분하게 한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걱정은 사라지고 기쁨, 자신감과 설렘 같은 예쁜 마음들을 일깨워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