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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걱정으로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습니다

신간 책 리뷰

by 매글이

만성불안러들의 다정한 고민 주치의, 이광민 님의 신간 책이다.

쓸데없는 걱정으로 준비된 체력이 소진되었습니다.


어쩜 이렇게 와닿는 제목이 있을까.

걱정이 많은 나. 그것도 쓸데없고, 닥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일들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많기에 쓸데없다에 방점을 찍어 읽게된다.


체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과하게 걱정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탓에 준비된 좋은 체력과 정신력마저 금새 방전되는 것 같은 느낌. 직장에서 역시 같은 강도의 일도 타인과 비교할 때 더 에너지를 많이 쏟는 것 같고, 더 힘들어하는 느낌적인 느낌. 이것도 쓸데없는 나만의 걱정일까 싶다.


신경증적 완벽주의라는 단어에 꽃혔다.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 자체는 좋은 거다.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태도이니까. 하지만 절대 달성할 수 없는 목표나 기준을 설정하고, 나를 몰아붙이는 태도는 나를 갉아먹고 타인도 힘들게 할 뿐이다.


메일 하나를 보내는 데 수신처를 잘못 기재할 까봐, 심지어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노심초사 걱정하는 사연의 주인공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와 오버랩이 되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역시 도달할 수 없는기준으로 나를 피곤하게 하고있다 느끼니 말이다.


작은 불안들을 조금은 내 손에서 놓고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불안이 익숙해져 불안을 놓아버리는 것 자체에도 불안을 느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자기애와 자존감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자라면,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이 자기애라 하는데, 나는 아직 자기애가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나를 방치하던 예전보다는 자존감이 조금 나아진 상태이니 약간의 성장이 있었음에 나를 예쁘게 봐줘야하지 않을까.


완벽주의. 그 기준이 내 안에 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테지만, 만나는 사람 마다, 부딪히는 상황마다 그 기준이 모두 달라지니 피곤한 거다. 내가 정해놓은 기준에 어느정도 부합하면 내가 나를 사랑하고 토닥일 수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면 매일, 매 순간이 지옥이 되는 셈이다.

절대 완벽히 만족시킬 수 없는 지경에 나를 끼워맞추려 애쓰는 거니. 글로 적다보니 참 안쓰러운 태도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 잘해야하고, 자잘한 것들까지 남들이 놓치는 부분까지 세세히 다 챙겨야 하는 태도. 나는 없어지고,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점점 민감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다.


기존의 심리학 서적들과 완벽주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자기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완벽에 대한 기준이 내부에 있지 않고, 타인 등 외부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다.


많이 공감이 되었다. 나란 사람이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 어디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어느 선이 한계인지를 잘 알고 있다면 오히려, 나를 바라보는 잣대가 좀더 느슨하며 만족도도 높아질 텐데, 그걸 모르니 매 순간 외부의 반응에 의존하는 게 아닐까.


직장에서 역시 작은 실수 하나로, 민폐를 끼치는 직원일까봐 걱정하고,. 자신감이 낮아지는 태도는 완벽주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다. 내가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게 먼저인데, 그런 마음은 일절 없고, 그저 내가 끼친 민폐에만 초점을 맞춰 확대해석하다보니 나는 작아지고 다른 구성원들과 조직만 눈에 들어오는 거다.


개인적인 상황으로 잠시 쉬어야 했을 때, 그때 그런 감정이 들어 마음이 힘들었었는데, 그 상황에서 내가 없었다. 오로지 조직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하고, 내 자신이 작아지고 그랬었는데, 귀절을 읽다보니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내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고, 받는 경우도 있으니 단 한번의 도움을 빚이라 생각할 것도 없고, 도움을 주는 걸 억울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인생을 길게 보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내가 내 할일을 해내고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반대의 경우는 그저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니.. 이런 태도는 나에 대한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아서라 해석할 수 있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에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이 더욱 더 필요할 것 같다. 조직에서 역시 내가 하는 일의 중요도와 조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있다는 인식이 먼저 있어야 한다.


내가 바라보는 나, 만족하는 나에 대한 부분이 텅 비어있을 수록 외부의 인정과 관심, 사랑으로 그 부분을 채우려 할 수 밖에 없다. 완벽주의.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니 그런 나를 미워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하기보다는 스스로 나를 잘 알고 이애하려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하자.


나란 사람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고, 나만의 기준이 하나씩 생겨나면 자연스레 완벽주의 성향은 옅어질 것이다. 내 마음 속의 목소리. 이전처럼 방치하지 않고 들으려 하는 시간을 갖고있어 좋다. 나만의 기준이라고는 없이..오로지 타인의 기대와 인정에 일희일비했던 시간들에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고, 나아지고 있다. 크고 작은 경험들을 통해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도 찾아가고 있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눈치만 보고있던 선택도 과감히 해보고 있어 새로운 시간들이다.


책을 읽고나니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현대인이면 거의 대부분이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완벽을 추구하는 것 자체는 성장을 위해 좋은 태도라는 데에도 희망을 갖게된다. 다만, 그 방향이 외부가 아닌 내부여야 하고, 스스로 도달할 수있는 기준을 많이 만들어 자주, 종종 내가 나에게 만족하며 지내고 싶다.


완벽주의에 대한 분명한 해석과 함께 그간 갖고있던 부정적 편견도 깨트릴 수 있게 해주는 책.

그리고 어떻게 하면 완벽주의 성향을 내게 도움이 되게 할 수 있는 지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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