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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 10

베푼다는 것

by 매글이


우리가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돌아올 보답을 미리 계산한다는 책 귀절 한 마디에 멈추어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하면서 스스로 채권자의 위치를 점한다 표현하고 있다.


상대에게 배려를 한다든지, 좋은 것을 주려할 때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물론, 처음 마음은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 하지만 준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에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걸 보면 맞는 말 같다. 스스로 채권자의 위치를 점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런 선행은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충분한 선행은 아니라 한다. 그렇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좋지 않다. 실망은 곧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번지기도 하니까.


댓가를 바라지 않고 상대에게 베푸는 사람, 그로인해 주변이 행복해지지만 정말로 행복한 사람은 그 자신일 것이라는 데에도 동의할 수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마음. 얼만큼 돌아왔는지 계산하지 않는 그 마음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할까 상상해본다. 순간 자녀에게 주는 사랑과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다. 자녀에게도 준만큼 기대하게 되는 게 사람이다. 어릴 때엔 그저 미소만 지어도, 밥만 잘 먹어도 기쁨을 주는 존재라 여기지만, 점점 말을 안듣고 속을 썪이고 서운하게 되는 건 자녀에게도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언가 준 적이 있을까? 내 경우엔 없다. 어떤 느낌인지 살면서 한 번은 느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고귀한 삶을 살고싶은 욕심이 생긴다. 책을 읽다보니 행복한 사람이 고귀한 게 아니라 고귀한 삶을 사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평정심을 갖고 지내는 사람.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가는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의 출발은 내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야한다. 타인에게 베풀고,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것에서 나의 존재이유를 깨닫고,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행위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다보면 공허해질 것이 분명하다.


중요한 건 스스로 그런 행위를 하며 만족하고 행복한 것일 테다. 내가 되고 싶은 고귀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내가 가장 잘맞는 분위기는 어떤 상황과 환경인지 고민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나가자.


초점이 상대를 기쁘게 해서 내가 인정받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가 있다면, 끝에 가서는 내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기대감과 실망감은 비례하니까.


감정에 휘둘리며 나에게 좋은 것조차 하지 않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이성을 발휘하자.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상대에게만 좋은 게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욱하게 되고,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에 나에게 좋은 것도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그 순간 지혜를 발휘하여 내게 좋은 것을 택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이미 현명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게되어 기쁜 오늘이다. 결국 본성에 맞게 살아가고,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을 계속 추구하고 선택하는 삶이 공동체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임을 어렴풋하게 알게된다.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며 내 본성에 맞게 완전해지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자. 그러다보면 자연히 경건하고 고귀한 성품에 가까워질 것이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베풂은 나 자신이 먼저 만족하고 즐거울 때에라야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베풂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상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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