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하나 있다. 상대의 반응, 감정의 수위에 따라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는 것이다.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 한마디, 뉘앙스도 민감하게 읽어내는 편이다.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때도 많다.
생각이란 것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하물며 얕은 감정들이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날씨에 따라, 상황에 따라 수백번도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
어쩌면 상대의 감정 변화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지도 모른다. 변화가 없는데도 내가 민감하게 해석해서 나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고 말이다.
상대의 미세한 반응들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끼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다. 머리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꼭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서 일어나는 인과관계가 아닐 수 있다. 생각의 꼬리를 물다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상황을 인과관계로 해석하다보니, 상대의 모든 반응을 내가 잘한 행동과 아쉬운 점으로 분석하고, 반성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영역이 아직 좁다는 걸 느낀다. 나다운 모습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질 수록, 상대를 바라보는 눈도 그렇게 관대해 질 것이다.
나의 성향을 꼭 장점과 단점, 두 가지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렇게 생긴 부분도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이라면, 그런 것들을 나다움이라 인정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