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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Oct 01. 2024

나에게도 친절해야 할 시간

순례주택이란 책에서 생활지능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 공부는 잘하지만 생활지능은 떨어지는 언니, 그녀와 대비되는 여동생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생소한 단어에 더 눈길이 갔다. 공부는 잘하지 못하지만 그거 하나 빼고는 모든 걸 야무지게 처리하는 여동생의 모습이 부러웠다. 생활지능. 탐나는 능력이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생활지능을 높일 기회가 적다고 위안을 삼아볼까. 사회생활을 하며 순간순간 대처가 떨어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모든 게 적당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부도 적당히, 생활지능도 적당히 있으면 어디가서 모가 나지는 않을텐데 싶기도 하고 말이다. 혼자만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결국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협동해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한데, 어쩌면 어른이 될 수록 더 필요한 지능은 생활지능이 아닐까. 


책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 책으로 배웠다 할 지라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경험과 고민하는 시간들이 쌓여야 하는 것 같다. 


돌아보면 나에겐 그런 시간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기도 하다. 적지않은 나이에 이제와서 생활지능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니 참으로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발짝 타이밍이 늦을 때가 많다. 이렇게 대처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더 좋을텐데... 심지어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을 지 답이 안나올 때도 있다. 


무언가 문제될만한 상황이 도드라지지는 않고 있지만 스스로 아쉬운 점이 많다. 상대의 작은 반응들 하나하나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편이라 많은 것들이 거슬리고, 확대해석하게 된다. 되고싶은 모습은 완벽한 모습에 가깝고, 실제 나의 모습은 그것과는 괴리가 크다 느끼니 마음이 위축된다.   


머리로는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성장해보자.. 매일 마음먹고 출근하고 있지만 마음이 자주 요동친다. 못하는 것을 잘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게 나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며, 도망갈 상상도 해보고, 위안삼을 무언가를 찾으려 하기도 한다. 


어쩌면 남들은 나에대해 그리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나 혼자 내가 어떻게 비춰지는 지를 신경쓰고 있는 것일 뿐. 설령 그게 아니라 해도 나는 나다. 부족한 게 많은 나라도 나답게 나아가는 것이 답인 것 같기도 하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정의를 조금 바꿔 생각해보고 싶다. 단점을 극복하는 것 만이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더 나다운 모습으로 편안하게 지내는 것 또한 성장이라 생각해보자. 


장점보다는 단점과 못하는 것들이 훨씬 더 자주 눈에 띄는 요즘.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바꾸려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힘들다. 그저 나만큼만 해내고, 나답게 오늘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데에 만족하는 연습을 해보자. 


들키지 않으려, 보이기 싫은 모습을 자꾸 숨기려 하다보면 지나치게 눈치보게되고, 도움을 주려하고, 과하게 친절해지게 된다. 몇 번은 괜찮지만 누적된다면 결국은 내가 지쳐 떨어져 나갈 것이 뻔하다. 


내가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내 모습대로 나아가고 싶다. 모든 것을 내 기대치대로 다 뜯어고치고 싶은 욕심은 내려놓은 지 오래다. 머리로 한 결심을 이제는 가슴으로 옮길 때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성장을 원하던 나였지만, 이제는 나다운 모습으로 나아가는 성장을 하고싶다.


다만,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나라서, 아주아주 민감한 나라서, 욕심이 많은 나라서.. 부족한 점이 더 눈에 들어오고, 결국 그 마음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나의 마음을 내가 먼저 알아주자. 


나에게 친절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다. 타인에게 하는 만큼, 나에게도 친절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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