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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글이 Sep 28. 2024

4계절과 나

4계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지나고 있는 계절을 생각해본다.


파릇파릇 싱그러운 봄? 20대 때 이미 끝났나? 여전히 소녀감성이 남아있고,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있다. 좋게 말하면 순수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가..


여름은 초록초록한 나뭇잎들이 생기를 뿜어내는 계절이다. 쨍한 태양의 기운은 뜨겁지만 열정적이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 뒤돌아보게 된다. 나름 열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열정을 불태워 무언가를 이뤄냈나? 생각해보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진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성취한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열정적이라 표현하기에는 왠지 부족해보인다. 


가을은 어떤 모습인가? 오늘 만났던 하늘처럼 맑고 투명하다.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태양도 적당히 뜨거웠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민낯에 햇볕을 쬐어도 왠지 괜찮을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그저 좋은 가을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 적당함. 균형,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태도. 지향하는 모습이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다. 늘 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겨울은 춥고 외로운 느낌이다. 내 안의 결핍을 마주하는 시간 같다. 원하는 모습, 갖고싶은 태도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하는 게 답인 걸 알고는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낄 때면 늘 괴롭다. 갖고 있지 못한 부분, 부족한 점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어떤 모습에 가까울까?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겨울의 모습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면 참 좋겠는데.. 내 안에 없는 것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요즘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훨씬 많은 일상을 보내면서부터 내 마음의 계절은 바뀌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나다운 모습대로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때에는 모든 게 조화로웠다. 평온한 마음도 유지되었고. 작은 자극에 흔들렸다가도 금새 나다운 모습으로 돌아왔었는데..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보다. 분명, 같은 나인데 장점보다는 단점을 바라보게 된다. 자꾸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신경쓰게 된다. 부족한 부분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 들키면 그것에만 매몰되어 나의 모자람을 탓하는 내 모습에 또 한 번 위축된다.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것은 나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같은 상황에서 최대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나의 눈과 마음이 요즘 좀.. 둔해지는 것 같다. 


4계절을 떠올리며 위에 쓴 글 역시 부정적인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나의 장점을 발휘해서.


봄. 싱그러움이 나에게도 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 파릇파릇한 새싹같은 모습이 내게도 있다. 때론 철부지 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마음들이 내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기도 하고, 자유롭게 해준다. 


여름. 태양의 열기가 뜨겁다못해 강렬한 계절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때에는 강력한 열정의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낀다. 맨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는 없지만.. 그걸 할 때만이라도 내 안의 열정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가을. 조화로움이 내게도 있다. 나다운 모습일 때 나는 그렇다.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순간, 내 안의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 편안한 기분이다.


겨울. 겉으로는 차갑고 추운 계절이지만.. 준비하는 계절의 느낌도 난다. 새로운 잎을 만들기 위해, 더 성장하기 위해 한번 가지치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헌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입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4계절의 모습들이 내게 조금씩 있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열정, 가을의 조화로움, 그리고 준비하는 겨울. 


지금 내 마음은 겨울이다. 하지만 처음에 쓴 것처럼 가을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겨울은 아니다. 한 뼘 더 성장을 기다리는 겨울의 모습이라 정의하고 싶다. 부족한 점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은 나다. 그렇지만 그것에만 매몰되어 위축되지 않고 그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싶다. 못하는 게 있으면 어때. 누구나 그런 부분이 있는건데. 모두 다를 뿐이지.


단점을 극복해서 두루두루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베스트겠지만.. 그렇게 아등바등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끌리는 사람에게 좀 더 에너지를 쏟으며 집중하려 한다. 치우쳐도 괜찮고, 단점이 있어도 괜찮다.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는 가을의 모습은 어쩌면 현실에 없는 모습이기에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게 아닐까. 조금씩 받아들이자. 모자란 내 모습까지. 내가 껴안아주지 않는다면, 그걸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를 받아들이는 것도, 변화시키는 것도 오직 나 뿐이다.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마음의 겨울을 잘 지나가보자. 곧, 싱그러운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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