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함과 쿨함 사이

<양심도 지능이다>

by 기백천지

얼마 전 내가 올린 스레드 글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시답잖은 내용으로 잘난 척은."


순간 화면을 마주한 내 에고는 보기 좋게 긁혀버렸고, 부득이하게 마음속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심심한 경의(?)를 표해야 했다.


불쾌함을 가라앉히다 문득, 타인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필터 없이 뱉어내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양심도 지능이다.


타인에게 상처가 될 법한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용기 있고 대범한 사람', 혹은 '뒤끝 없는 쿨한 사람'이라 포장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언을 날리는 자신의 모습에 꽤나 도취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대범함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양심 지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누군들 가슴속에 맺힌 말, 혀끝까지 맴도는 날 선 비판을 속 시원하게 뱉어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우리가 입술을 깨물고 침묵을 택하는 이유는 결코 비겁해서가 아니다.


내 뾰족한 말이 닿았을 때 상대가 느낄 통각이 마치 내 마음처럼 생생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공감 능력,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차마 선을 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브레이크다.


인간관계에서의 소통은 어쩌면 1인칭 FPS(1인칭 슈팅) 게임과 같다.


화면 속에 보이는 것은 오직 내 손과 내가 쥔 무기뿐이다.


나의 시야는 철저히 1인칭에 갇혀 있고, 화면 밖 사각지대 어디에서 적이 나타날지, 혹은 무고한 아군이 서 있을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함부로 총구를 겨누지 않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타인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 앞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인지하고, 타인의 감정적 사각지대를 모른다면 무모하게 돌진할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모르면 무모할 것이 아니라 조심하는 것이 맞다.


모니터 너머의 그 사람도 철저히 1인칭의 좁은 시야에 갇혀 자신의 무기만 함부로 휘두른 것일 테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지능이 부족한 이에게 더 이상 상처받거나 흔들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을 조심스럽게 살피며,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성숙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남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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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양심도 지능입니다!’, 홍익학당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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