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체와 스몰 스텝 전략>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커다란 결심을 한다. 평소의 게으른 자신과 결별하기 위해서 말이다. 특히 새해가 밝아올 때면 부푼 가슴을 안고 좋은 습관을 정착시키려 큼지막한 발자국을 내딛곤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굳은 결심에서 비롯된 실천은 불과 3일을 넘기지 못하기 일쑤이다.
과연 습관을 바꾸는 일은 이토록 요원하기만 한 걸까?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저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어(Robert Maurer)는 그 해답으로 ‘스몰 스텝(Small Step)’ 전략을 권한다. 영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유치원생 수준의 아주 쉬운 영어부터,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싶다면 하루 1분의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몰 스텝이 통하는 과학적 근거를 알게 된다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두려움이 뒤따른다. 인간은 애초에 변화를 두려워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변화가 내 삶을 아주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뇌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뇌간: 뇌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며 생명 유지와 직결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들며, 심장 박동을 유지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뇌간의 몫이다.
중뇌: 뇌간 바로 위에 위치한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방어 반응(defense reaction)’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대뇌 피질: 뇌의 가장 바깥 영역으로 고등 사고를 담당한다. 인류의 문명, 예술, 과학 등은 모두 이 대뇌 피질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불행하게 이 세 부분은 평소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이성적인 뇌(대뇌 피질)는 당장 살을 빼라고 명령하지만, 우리는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우적우적 씹어 먹곤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할 때, 머리가 돌처럼 먹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도 왜 우리는 늘 꾸물거리다 실패하고 마는 걸까?
그 원인은 바로 중뇌에 있다. 중뇌에는 '편도체'라 불리는 아몬드 모양의 조직이 있다. 방어 반응을 통제하는 일종의 경고 체계인 편도체는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중대한 위험에 맞닥뜨렸을 때 신체가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이때 경고 시스템을 원활히 가동하기 위해 뇌의 다른 고등 기능들은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느려진다. 맹수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에게 이 기능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문제는 이 편도체의 메커니즘이 현대에 와서도 똑같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익숙하고 안전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려 할 때, 뇌는 이를 일종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두려움을 발생시키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특히 세워둔 목표가 원대할수록 그에 비례해 두려움도 커진다. 맹수를 마주한 조상들이 얼어붙었던 것처럼, ‘시험 합격’, ‘다이어트 성공’, ‘좋은 배우자 만나기’ 같은 절실하고 긍정적인 목표 앞에서도 두려움이 발동해 대뇌 피질의 기능이 멈춰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자동화된 방어 본능을 교묘하게 우회하는 비법이 바로 '스몰 스텝' 전략이다. 사자처럼 두렵고 거대한 목표를 토끼처럼 작고 만만한 목표로 잘게 쪼개는 것이다. 스몰 스텝을 밟아나가면 편도체의 알람을 울리지 않고도 대뇌 피질을 깨워, 변화에 능동적인 뇌를 만들 수 있다.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작은 질문 던지기: 뇌는 질문받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두려움이 감지되는 순간 질문을 멈춰버린다. 그러니 부담 없고 재미있는 작은 질문을 뇌에 던져보라. 뇌는 대뇌 피질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그 해답을 찾아낼 것이다.
마음 조각하기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연구에 따르면 매일 두 시간씩 실제로 피아노를 연습한 사람과 상상으로만 연습한 사람의 두뇌 활동 증가율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하루 단 몇 초라도 온 감각을 동원해 내가 이미 원하는 모습이 되었다고 생생하게 상상해 보자.
작은 행동 실천하기: 행동을 아주 잘게 쪼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도면 너무 쉬운데?' 싶을 정도로, 매일 숨 쉬듯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사소한 행동부터 실천해 보자.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내면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름, 직업, 성격 등 스스로를 규정하는 개인적인 자아 관념, 즉 '에고(Ego)'는 언제나 아무런 방해 없이 단숨에 원대한 목표를 성취하기만을 갈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큰 성취를 원하면서도 정작 사소한 변화조차 두려워하는 에고의 모순 탓에, 우리의 숱한 시도는 번번이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요동치는 에고가 어떤 흙탕물 속을 구르더라도, 우리 마음 깊은 기저에는 흔들림 없는 ‘참나’가 언제나 선명하게 깨어 이를 바라보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고의 세상에는 늘 후회스러운 과거, 불만족스러운 현재, 걱정스러운 미래가 뒤죽박죽 엉망으로 널려있지만, 참나의 세상에는 오직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이 선연하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하루에 단 1분이라도 좋으니, 가만히 눈을 감거나 혹은 똑바로 뜬 채로 온전히 ‘지금 여기’에 머물러 보자. 당장 어렵다면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복잡한 생각과 감정, 오감의 굴레를 벗어나 오롯이 존재하기만 하는 온전한 ‘나’를 그려보는 것이다.
단, 이 모든 과정은 무거운 숙제가 아니라 가벼운 놀이처럼 재미있게 다가가야 한다. 각 잡고 진지하게 명상을 하려 들면 우리의 편도체는 또다시 경고음을 울리며 날뛸 테니까. 그저 가볍게 숨을 고르고 내 안의 참나를 수시로 일깨워 보자. 어느새 마음의 평화는 따 놓은 당상이 될 것이며, 고요한 참나에서 우러나오는 맑은 영감으로 지금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타개해 나갈 것이다.
[참고도서]
≪아주 작은 반복의 힘≫, 로버트 마우어著, 스몰빅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