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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S Jan 24. 2023

게으른 자에겐 허락되지 않는 깨끗한 건식 화장실

한국을 떠나서 적응해야 했던 것 중 하나는 화장실이었다. 

이곳 화장실은 샤워부스를 제외하고는 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건식 화장실이다. 물론 건/습식 화장실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어 요즘은 한국에서도 화장실을 건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샤워호스로 사방에 시원하게 물을 뿌려가며 화장실을 청소하는데 익숙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다. 몸으로 직접 부딪혀가며 느낀 것은 깨끗한 건식 화장실은 부지런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거다. ㅠ


https://www.bhg.com/bathroom/shower-bath/walk-in-showers-for-small-bathrooms/



일반적으로 건식 화장실은 관리가 용이하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물이 닿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습기 관리가 용이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시 습식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곰팡이 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이 락스와 세제로 화장실 구석구석을 청소해야 했다. 건식 화장실은 물이 닿는 면적 자체가 적어 환기만 잘해주어도 습기가 빨리 마른다. 


하지만 동시에 샤워부스나 욕조에만 물이 닿게 하려면 매일매일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샤워 후에는 화장실 바닥에 물이 닿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걸 방지하기 위해 욕실 매트 등을 깔아 두는 것 같다. 하지만 카펫이나 매트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아무리 매주 빨래를 한다고 해도 습기를 비롯한 온갖 세균을 머금고 있는 매트를 화장실 바닥에 계속 깔아 둔다는 것이 영 비위생적으로 느껴져 매트를 치워버렸다. 그렇다 보니 샤워 후 화장실 바닥에 물이 안 닿게 할 수는 없었고, 이 부분은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ㅜ 물론 우리 집 화장실이 좁아서 더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세면대 사용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 다 같이 놀러 가서 저녁에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꼭 옷 한가운데 배 부분이 흠뻑 젖어있는 친구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그만큼 주위에 물을 묻히지 않고 세면대를 사용하는 건 나에게 꽤 귀찮은 일이다... 이 부분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세면대를 닦는 수건을 항상 구비해 둬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면 또 그 습기를 머금은 수건을 계속 걸어두거나 그만큼 많은 수건을 자주 빨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기를 닦지 않고 두려고 하니 석회가 섞인 물 때문에 하얗게 자국이 남아 보기도 좋지 않다. 



변기 청소 역시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한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키친타월 등에 세제를 묻혀 닦아내고, 물을 묻혀 닦아내고, 손세정제도 묻혀 닦아낸다고 해 일단 그렇게 따라 하고는 있다. 하지만 시원하게 물을 뿌려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난다. 건식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글을 쓰다 보니 나의 게으름을 인정할 뿐 아니라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다. 결국 건식 화장실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은 매일 조금씩 청소하고 관리하는 습관이다. 이건 화장실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다. 영어도 며칠 공부를 안 하면 굳어버린다. 근력 운동도 하다가 안 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기분이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가 가장 어렵지만 다시 해보자는 다짐을 한다. 2023년은 진작 시작됐지만 그래도 Lunar New Year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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