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따라 이곳 캐리비안에 와서 미국 의전원 생활을 함께 한지도 벌써 한 달 반이 다 되어간다.
여기에 와서 내 일상생활의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운동을 많이 하게 됐다는 거다.
학창 시절 등산부, 농구부, 축구/피구팀 등에 소속되어 여러 가지 운동을 해보긴 했지만 타고난 게으름으로 한 번도 꾸준히 운동을 한 적은 없었다. 덕분에 내 몸은 아주 말랑말랑한 지방 몸이었다. 피부도 많이 하얀 편이라 동생은 내 몸을 보고 생닭 같다고 하기도 했다.
반면 남편은 유일한 취미가 운동이고 평생 운동을 즐겼다. 남편은 어린 시절 가족끼리 영화를 볼 때면 누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이틴 영화를 봐야 했는데 영화 속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은 다 미식축구 선수였고, 그 후로 미식축구 팀에 꼭 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단다. 이후 정말로 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게 됐고 그토록 원하던 미식축구 팀에 들어가 하루에 다섯 시간씩 운동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특전 장교로 군복무를 했는데, 하루 일과가 주로 체력 단련이라 고등학교 시절 이상으로 운동을 많이 했다. 전역 후에는 질려서 한동안 헬스장은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곳 학교 짐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경치를 내다보며 운동을 할 수 있다. 시설로는 몰라도 경치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짐이 아닐까 싶다. 비싼 등록금을 냈는데 이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게 아까울 정도다.
또 거의 모든 학생이 운동을 한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한다. 서양 남자들이 헬스를 많이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자들도 정말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 남편이 한 번은 체구가 작고 마른 몸매의 인도계 여자 다음으로 레그프레스 머신을 썼단다. 그런데 무게를 너무 높게 달아둬서 아무리 밀어도 밀리지가 않았다고 한다. 누가 볼까 봐 빨리 무게를 내린 남편은 그 후로 큰 도전을 받아 다리 운동을 아주 빡세게 하고 있다.
한국과 다른 헬스장 문화도 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약 3개월 정도 집 앞 헬스장을 다녀본 기억이 있는데, 헬스장에서 누군가를 만나 친구가 된 경험은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는 헬스장 내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스몰 톡도 많이 하고, 새로 친구도 만들기도 한다. 또 일회용 소독티슈가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이 기구를 사용한 다음엔 소독티슈로 기구를 닦는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나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주말을 포함해 거의 매일 짐에 가서 한 시간씩 운동을 하고 있다. 초반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뭔지 모르고 남편을 무작정 따라하다가 몸에 너무 무리가 갔는지 혓바늘이 났다... 난 여기서 잠을 하루 최소 9시간씩, 낮잠도 따로 꼬박꼬박 자는데 말이다ㅎ 그 후로는 남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루틴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처음 20분은 남편과 함께 근력 운동을 한다. 매일 조금 다르지만 체스트프레스, 오버헤드프레스, 랫풀다운 등으로 가슴과 어깨, 등 운동을 하고, 바벨로 팔 운동도 한다. 그다음엔 나 혼자 글루트, 힙어덕션&어브덕션을 한다. 마지막 30분은 스텝밀이나 사이클, 트레드밀을 탄다.
어떤 운동을 하면 어떤 근육이 자극되는지 등은 자세히 모르지만 남편을 따라 이것저것 하다 보니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이렇게 운동을 나름대로 꾸준히 하니 몸과 생활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 다리 안쪽 하지정맥류 극초기 증상(툭 튀어나온 핏줄)이 약해졌다.
- 말린 어깨가 조금 펴지면서 모양이 잡히고 승모근이 덜 부각된다(전엔 완전 옷걸이 승모근이었다...)
- 생리 주기가 짧아졌다(정상범위).
- 근육통이 익숙해졌다.
- 소화 문제가 거의 없다.
- 헬스장에서 더 이상 쭈뼛대지 않는다.
- 밤에 쓰러져 잠든다.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은 기간이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야 그동안 내가 운동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는다. 일 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