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봐야 보이는 별

별과 함께 살아가지만

by 박하

은하수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를 이제 막 입학했던 때의 엄마는 캠핑 가는 걸 즐겼고 친구들과 자식들을 데리고 다 같이 계곡을 가 밤에는 어른들끼리 술자리를 가지고 자식들은 텐트 안에서 놀다가 잠들곤 했다. 곰팡이 냄새가 나던 축축한 텐트 안에서 나를 괴롭히는 언니오빠들을 피해 나가 엄마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릴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하연아 하늘 좀 봐봐.” 올려다본 하늘 속에는 길을 이뤄 흘러가는 은하수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고 티를 내듯 빛나는 별들이 가득했다. 어린 나이의 나는 꽤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 장면만은 머릿속에 생생하다. 아니면 너무 좋았던 기억에 내 뇌가 멋대로 미화를 해 더 아름다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풍경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있다니. 지금 내가 있는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하늘이지만, 여전히 새까만 밤들을 가진 곳에는 별들이 있었다. 얼마 전 경기도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스팟에 가 목이 꺾이도록 별숲을 보고 왔다. 하늘 위 별을 보고 있자면, 저 먼 과거가 궁금해진다. 촛불과 달빛에 의지하던 그때의 사람들은 이런 하늘을 날이 나쁘지 않은 한 매일 보고 살았을까.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하늘이었을까. 지금 현재에 와서야 빅뱅이론이 우주의 탄생에 대해 정설로 여겨지지만, 그 시대의 내가 저런 하늘을 보고 살았다면, 나는 과학보다는 신을 믿고 싶었을 거다. 아니 믿었을 거다. 저렇게 아름다운걸 신이 아니면 누가 만들 수 있겠냐고.

나는 한국에서든, 해외에서든 여행을 가서 어둡고 조용한 새벽의 야외에 있다면 하늘을 무조건적으로 올려다본다. 별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운이 좋다면 하늘 위에는 은하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아름답게 별들이 총총이 박혀있다. 사실 서울에서도 혹시나 싶어 몇 번을 올려다봤는데 별을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러다 얼마 전 늦은 새벽 차를 타고 가다 보이는 창밖의 가로등들이. 나무에 가려졌다, 높은 건물에 가려졌다 다시 빠르게 나타나는 그 가로등들이 반짝이는 별 같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이동하는 차 창문 밖에서 사라질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노란색 가로등이 별 같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가로등을 별이라 생각한다면 이 큰 도시에는 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겠구나. 저기 외진 곳에서는 별을 보려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이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 위해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걸 잊고 있었다.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은 별똥별,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차들이 가득 메워 이동하고 있는 8차선 도로는 은하수,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들과 가로등들은 크고 작은 별들이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이 땅으로 내려와 있는 이곳에서 나는 말 그대로 별들 사이에 살고 있지만, 별을 보고 싶다. 바로 옆의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오직 하늘뿐인,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쏟아지는 별 무더기들 아래에서 목의 통증을 느끼며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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