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ry Chae Jan 25. 2021

Back to the 2015, Koln

독일,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내가 사랑하는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 있는 이곳 쾰른(Köln, Cologne)이 독일 일정의 첫 번째 도시이다. 쾰른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 모두 인접해 있고 주변 도시들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라 독일의 첫 도시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 쾰른에는 제대로 보고 싶고, 또 봐야 할 것이 있다.


쾰른 대성당(Kölner Dom, Cologne Cathedral)


비용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던 280년을 포함하여 공사 착수로부터 완공까지 600여 년이 걸릴 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이 성당은 스페인의 세비야 대성당과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 대성당은 압도적인 건축물뿐만 아니라 성당 지하 보물관까지 제대로 봐야 한다.


하여 이번 쾰른에서의 동선은 중앙역 – 숙소(중앙역에서 2분 거리) – 쾰른 대성당(숙소에서 1분, 중앙역에서 1분 거리) – 숙소. 이게 전부였다.

쾰른에서의 동선, 심플하다


도시에 가까워지면서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성당의 찌를 듯한 첨탑이 기차에서 내리자 이내 투명한 중앙역 지붕 너머로 나를 내려다본다.

저 멀리 그림처럼 솟아있는 성당
처음 봤을 때는 무서울 정도였다


학부 시절 교양 수업으로 ‘프랑스 문화와 예술’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양 수업이었지만 교수님은 (학생들의 마음을 모르시는 척) 마치 전공인 듯 수업을 매우 열정적으로 준비하셨고 그 결과 수업 내용은 프랑스를 너머 서양 문명 전체로 뻗어 나갔다. 유럽 대륙을 거쳐간 왕조들의 가계도를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십 수 세기에 걸친 정치, 종교, 건축, 도시, 예술 등등 역사와 문화 전반의 흐름을 한 학기 동안 다 전해주려 노력하셨다. 덕분에 학기 중 가장 힘든 수업이 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가장 열심히 들었던 수업 중 하나였고 특히 건축과 예술 분야 내용은 꼼꼼히 새겨들었다.


그리하여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수업의 한 순간이 있다. 유럽의 건축에 대한 수업이었고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쾰른 대성당의 사진을 보여주시며 ‘실제로 처음 봤을 때 거대한 철근 덩어리가 나를 덮칠 것 같이 압도적이었다.’라고 하셨던 그 순간.


사실 당시에는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일단 쾰른 대성당은 석조 건물이고, 높아서 아찔한 느낌을 받았던 건물은 있었지만 덮쳐질 것 같은 느낌? 그건 대체 무엇일까, 물음표만 가득 남긴 채 그 학기가 끝이 났다. 하지만 수업이 끝난 몇 달 후 드디어 실제로 내가 직접 이 성당을 마주했을 때 교수님의 말씀이 그대로 떠오르며 비로소 온몸으로 직접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 프레임에 담기지 않아 어설프게 이어 붙여 보았다

이 육중한 색조 건물은 세월의 흐름으로 색이 바뀌어 마치 철골 구조처럼 보이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나를 짓누를 듯한 무게감에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왠지 마음이 가득 차는 충만함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나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세월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세월의 흔적 덕분에 아름다운 것인지
마침 달빛은 어쩜 이렇게 어울리는지


날씨 맑은 낮의 모습도

어깨에 달이 걸려있는 운치 있는 밤에도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성당


성당 안과 밖 모두 놓치지 않을 거예요
이 동방박사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지어진 성당이라는 거
성당 보물관에 꼭 들러 보시길



호헨촐렌다리(Hohenzollernbrücke) 너머 라인 강 건너편에는 가 보지 못했지만 쾰른 대성당과 주변 구시가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성당 주변 구시가지 중심과 라인 강 건너편 신시가지 모습



쾰른에서 성당 외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호텔이고 다른 하나는 성당 바로 옆에서 베를리너(Berliner)와 프레젤(Pretzel)을 쌓아놓고 팔던 이 가게이다. 베를리너는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후 설탕을 묻힌 평범한 도넛인데 아주 평범한 맛이었지만 지나다니면서 그 냄새에 홀려 몇 개를 사 먹었는지 모른다. 프레젤은 생각보다 폭신한 식감이 맛있었지만 알알이 박힌 소금이 내 입맛에는 짜서 자주 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독일은 무엇보다도 맥주의 나라가 아닌가. 쾰른 지역의 맥주인 가펠 쾰쉬(Gaffel Kolsch)도 원 없이 마셨다.

냄새로 나를 유혹했던 베를리너와 물이 너무 비싸서 물 대신 마셨던 가펠 쾰쉬
고개만 내밀면 성당이 보였던, 화려하진 않지만 단정했던 호텔
소박하지만 충분했던 조식까지



성당의 낮과 밤을 모두 담고 싶어서 쾰른에 오래 머물긴 했지만 아무리 충분한 시간을 지내더라도 늘 떠날 때는 아쉬운 게 여행인가 보다. 전날 밤까지도 충분히 오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쾰른을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는 중앙역 플랫폼에서도 자꾸만 또 뒤돌아 봤다.

이제 진짜 안녕, 다음에 또 만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Back to the 2015, Cities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