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에 일어나는 건 쉽다. 자신에게 맞는 시간이 따로 있는 걸까. 6시 30분에 일어날 때보다 훨씬 개운하고 상태가 가볍다. 어제 늦게 잤는데도 그렇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미라클모닝 때로 돌아가는 주이기도 하다. 지난주로 연습은 충분했다. 기상시간도 식단도 루틴도 그때처럼 열심히 해나가는 일주일이 될 것이다. 이번 주의 굵직한 일정들은 외부활동이다. 외출이 두 번이나 예정되어 있으므로 체력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컨디션에 비해 머릿속은 맑지 못한 듯하다. 예전처럼 술술 모닝페이지를 채워갈 수 없다. 그때는 정말 물 흐르듯이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이런 게 미라클모닝이구나. 정말 미라클 하는구나. 오감으로 실감하며. 지금은 억지로 쥐어짜며 글을 쓰고 있다. 마치 처음 모닝페이지를 쓰는 사람처럼. 그때의 감각을 되찾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미 내가 가져본 적 있는 것들이라는 게 신기하다. 나는 나를 뛰어넘고 싶어 한다. 매우 건강한 싸움처럼 보인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을 이기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훌륭한 계획을 세워도 성공하려면 그에 맞게 내가 움직여야 할 텐데, 나는 너무도 게으르고 의지도 약해서 어르고 달래고 억지로 멱살을 끌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알아서 스스로 하는 자신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편하게 살까.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나의 위안이다. 모두가 힘들게 아침을 밀고 일어나서 그럭저럭 어제의 자신, 일주일 전의 자신을 흉내 내며 살아간다. 그것으로 다행이라 여기며 하루를 마친다. 더 나빠질 수도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차선인 생각을 최선으로 여기는 일에 익숙해지고 싶진 않지만 높게 세운 목표에 매번 좌절하느니 비벼볼 언덕을 만들어두는 것이 났다. 나의 비벼볼 언덕. 그건 이래나 저래나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나란 얼마나 이기고 싶으면서도 기대고 싶은 존재인지.
Love myself를 실천하는 건 그다지 요란하지도 어렵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내가 나를 안다는 것, 나의 상태와 쓰임과 가능성을 귀 기울여 매일 듣는다는 것. 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나와 잘 지내는 것이 디폴트인 것이다. 일기 쓰기는 그런 면에서 좋다. 요즘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는 데일리리트도 마찬가지다.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기록을 남기려는 데 오랜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이런 걸 쓰면 뭐 해, 이런 아무것도 아닌 정보들까지 뭐 하러 다 쓰는 거야. 어차피 다시 읽을 것도 아닌데 등등.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기록은 기록하는 순간 자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날을 살아가는 나를 위한 것이기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일기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나를 위한 기록. 오늘을 잘 보내기 위한 나의 염원. 스스로 쓰는 부적 같은 것.
이렇게까지 기록 찬양가가 될 줄은 몰랐는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것 같다. 나를 알아가는 방향이라 마음에 든다.
지금의 나는 어느 때보다도 나와 잘 지내고 싶다. 부채감 같은 게 아니다. 지금까지의 내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못 되게 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같이 갈 수 있는 훨씬 좋은 길이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확실한 길을 알아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데도 가보지 않은 길. 나는 나의 손을 잡고 걷는다.
2024. 06. 12. 월
자신에게 한없이 박한 사람이다가도 무한정의 애정을 쏟아붓기도 한다. 자신과의 관계가 그처럼 극단을 오갈 수 있기에 늘 잘 살피며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살았을 때는 한때 잘 나가던 나의 이력들이 이미 소모해 버린 행운처럼 느껴져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안 좋았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하게 된 뒤, 일기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뒤에는 지난날의 나와의 거리감을 재고, 조절하기 시작했다. 한심한 나와는 조금씩 멀어지고, 내가 봐도 썩 괜찮은 나와는 점점 가까워지면서. 나에 대한 확신이 없던 요즘이었는데, 이 일기를 보고 조금은 힘을 내볼 수 있었다. 나와 손을 잡고 걷는다니. 오늘의 나는 나와 좀 덜 싸우고, 서로를 미워하는 횟수도 줄여볼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 스스로 쓰는 부적이라는 말도 마음에 든다. 지금 이 글이 나를 지키는 부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좋은 문장을 많이 쓰고 싶어졌다. (2024. 0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