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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사진(4)

왕로소주를 아시나요?

by 강동수

옛 명주군 묵호읍에는 묵호극장, 보영극장, 문화극장, 동호극장 등 4개의 극장이 있었는데 묵호극장은 1978년 난방용 톱밥으로 인한 화재로 전소하였고 문화극장과 보영극장은 1980년대 후반까지 운영하였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동해시 어제와 오늘』에 실려있는 문화극장 측면 사진에서 극장 맞은편 가게 지붕에 ‘왕로소주’가 쓰여있는 간판을 볼 수 있으며 이 글에서 당시의 ‘왕로소주’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1970년대 옛 문화극장 측면-동해시 어제와 오늘-2.jpg 1970년대 옛 문화극장 측면. Ⓒ『사진으로 보는 동해시 어제와 오늘』


역사적으로 경북 청도에는 1920년경부터 순수 쌀 곡주로 이름난 ‘유천소주(楡川燒酒)’라는 유명한 증류소주가 있었으나 1965년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금복주’ 회사에 합병되어 사라졌다.


‘왕로소주(王露燒酒)’도 1960년대 청도 유천마을에서 생산되었으나 아쉽게도 현재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누가 만들었는지 그 유래는 알 수가 없으며 실물 사진으로 왕로소주의 확인이 가능할 뿐이다.

1970년대에 경월소주가 강원도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때 경북 청도의 왕로소주가 묵호에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그 당시 묵호읍이 인적‧물적 자원이 넘쳐나는 곳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KakaoTalk_20250302_084501745.jpg 지금은 사라진 군소업체 옛 소주들. Ⓒ도창종



소주는 곡물로 담근 밑술을 증류하는 제조 과정상 곡식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술이었으며 처음부터 서민의 술은 전혀 아니었다.

6.25 전쟁 직후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1965년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는 양곡관리법을 시행하였으며 이때부터 고구마 등을 발효시켜 만든 주정(酒精)에 물을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소주 본연의 맛과 향의 차이는 사라지고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서민의 술이 되었고 이후 전국적으로 각 지역에 많은 군소업체 제품이 생겨났다.

1976년에는 지역 소주 업체 보호 명목으로 자도주제(自道酒制)를 시행했다. 자도주제(自道酒制)는 주류 도매상이 자기 도(道)에서 생산한 소주를 판매량의 50% 이상 매입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이 제도는 자유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아 1996년 폐지되었으나 그 시절에 자리 잡은 소주의 지역 구도는 지금까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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