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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최시경 노비매매 문기 소고(小考)

by 강동수

조선 시대에는 노비를 사유재산처럼 매매할 수 있었으며 노비매매 문기는 이때 작성하던 공식 문서로 거래 후 관청에 신고하여 공증을 받아야 했다. 노비는 토지·가옥 등과 달리 유동성이 높아 출산·도망 등으로 분쟁이 잦았기 때문에 관청의 공증 절차가 엄격하게 적용되었다.



이 글에서는 동해문화원에서 발행한 『동해시 고문서(二)』에 실려있는 많은 명문 중에서 김구혁의 증조부인 김치련(金致璉)이 비(婢, 여종) 1구(口)를 매득(買得, 물건 따위를 사들임)한 노비매매 문기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 노비매매 문기는 1770년(영조 46) 정월 28일에 재주(財主) 유학(幼學) 최시경(崔始慶)이 여종 원아(元娥) 1구를 전문(錢文, 돈) 33냥을 받고 고모부 유학 김치련에게 매도할 때 작성한 것이다. 노비매매 문기(文記)의 원문에는 이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乾隆三十五年庚寅正月二十八日三寸姑母夫幼學金致璉前明文

건륭 35년 경인 정월 28일 삼촌 고모부 유학 김치련에게 주는 명문

右明文爲要用所致傳來婢乭暹二所生婢元娥年甲子生一口乙後所生幷以

우 명문은 (내가) 쓸 일이 있어 전해 오던 여종 돌섬의 둘째 소생인 여종 원아(갑자생, 1744년) 1명을 후 소생(자기가 낳은 아들이나 딸)과 아울러서

折價錢文參拾參兩依數捧上爲遣永永放賣爲乎矣

절충한 가격 33냥을 받고 영원히 매도하되

本文記段他奴婢幷付乙芿叱于不得許給爲去乎

본 문기는 다른 노비가 아울러 있으므로 부득이 내어주지 못하며

日後良中子孫中若有雜談是去等持此告官卞正者

후일에 자손 중 만약 잡담이 있거든 이 문서를 가지고 관에 고하여 바로잡을 일.

財主自筆姻侄幼學崔始慶(手決)

재주 자필 인질(고모부에 대하여 자기를 이르는 말) 유학 최시경(수결)”

Ⓒ강동수



1770년 최시경 노비매매 문기.jpg 1770년 최시경 노비매매 문기



노비 매매 문기의 처음에 등장하는 ‘쓸 일이 있어서’는 주로 생활비 충당, 부채 상환, 세금 납부, 토지 매입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문기에서는 여종 원아 1명과 원아가 낳은 후 소생도 함께 포함하여 절충한 가격으로 매매하였으며, 최씨 집안에서 소장하고 있는 본 문기에는 최씨 집안의 다른 노비 명단도 있으므로 이 본 문기는 줄 수 없다고 하였으며 만일 문제가 생기면 현재 작성한 이 문서로 관아에 고하여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라는 내용까지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노비매매 문기와 김치련 가문의 호구단자를 대비하여 보면 1744년생인 여종 원아는 27세가 되던 1770년에 김치련에게 매매되었으나 이때는 김치련의 부친인 김태명(金台命)이 살아있었으므로 1771년 김치련의 부친인 김태명의 호구단자에 ‘여종 원아’ 항목(買得婢遠娥年甲子)이 나타나며 1792년 김치련의 호구단자에서는 여종 원아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婢遠娥今故)으로 나타난다.



원아의 이름이 노비매매 문기에서는 ‘元娥(원아)’로 호구단자에서는 ‘遠娥(원아)’로 되어있으나 이는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과정에서 달리 적었을 뿐이며 동일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1771년 김태명 호구단자-1.jpg 1771년 김태명 호구단자



1792년 김치련 호구단자-1.jpg 1792년 김치련 호구단자



일반적으로 매매문서의 말미에는 전주(田主) 또는 재주(財主)의 이름, 증인의 이름 그리고 집필자의 이름이 등장하나 이 노비매매 문기는 인척간의 거래이므로 증인과 집필자 없이 재주 최시경이 자필하였다. 율곡 이이의 경우에도 1579년 종제(從弟, 사촌 아우) 권처균에게 옥계의 논을 매도할 때 율곡이 자필한 것으로 보아 친·인척간의 거래에서 자필은 관행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율곡의 경우 증인을 2명 세웠다는 점은 최시경의 노비매매 문기와는 다른 점이다.



율곡 이이 토지매매 문기.jpg 1579년 율곡 이이 토지매매 문기



노비를 매득하면 3년마다 작성하는 호구단자에 등재하여 관아에 신고하고 노비가 사망하면 호구단자에 기록하여 관아에 제출하며 그 이후 호구단자에서는 사망 노비의 기록이 삭제된다.



한 가문의 노비매매 문기, 자매(自賣) 문기, 호구단자 및 준호구 등을 검토하여 보면 노비의 가족관계와 변동사항을 통하여 그 일생을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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