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바람의 정령이 두 팔로 뭔가를 거둬들이는 느낌이 든다.
한 해의 빛깔이 바람처럼 우리를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건,
그 바람이 우리에게 떨구고 간 건 무엇일까.
또는 무엇이 바람과 함께 떠나고 지나갔는가.
왠지 겨울의 '겨'는 따스한 느낌이 든다. 쌀의 껍질처럼.
건조해도, 딱딱해도, 질겨도. 그 속에 한 해 동안 거둬들인 햇빛의 기운이 씨앗처럼 똘똘 들어있는 느낌.
'울'
우리. 울림.
울은 얼음 밑으로 지나가는 밁은 물 같은 느낌이다.
혹은 바람이 가져가며 쓸 고 간 것 위에 남은 가장 맑은 것.
그게 가벼이 되어 우리에게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어떤 말도 필요 없지,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알지.
보지 않아도 되네.
이곳은 씨알 안이니까,
씨알의 무늬고,
씨알 깨울 빛이니까.
작은 새가 난다.
톡,
씨알을 떨어뜨린다. 흰 똥과 함께.
그렇게 봄이 시작되었다.
2026年 1月 23日
규리 奎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