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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Feb 13. 2024

발리 현지인과의 교제

호텔 레스토랑의 살가운 웨이트리스들

 발리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붐비는 역동적 섬이다. 동양의 관광객으로서는 단연 중국인의 밀도가 가장 높다 보니 어딜 가든 중국인이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아들은 꼭 옆에서 "우 조상은 중국인이에요!" 하는 추임새를 넣는다. 아는 척을 하고 싶거니와 실제 나와 남편의 성이 중국에서 들어왔으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에 대한 오픈 마인드 때문인지 관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리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하다. 뭔가 약삭빠름이 걸러진 순수함이 배어있다.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면 금방 친한 로컬 친구를 사귈 수 있다. 택시 기사를 비롯해서 호텔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식 때문에라도 하루에 최소 1회 이상 마주치 보니 눈인사에서 대화로까지 쉽게 관계가 발전될 수 있다. 질문을 던지거나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풀어놓아도 잘 호응해 주며 다음번에 더 살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 준다.


 어느 날은 따로 오더 하지 않았는데도 테이블에 즐겨 마시는 아이스 라테가 놓여있다. 기억해 두었다가 자주 시키는 메뉴를 아는 척해주며 그걸 시키겠냐고 다시 한번 더 물어봐 주기도 한다. 아이가 발리 밸리로 고생하던 날, 지나가는 말로 복통이 좀 있다고 했더니, 메뉴에는 없는 죽까지 특별히 끓여서 룸서비스로 보내준다. 아들은 맛있다며 현지식 쌀죽을 먹고 차츰 회복할 수 있었다.

호텔 특별 죽 서비스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 국적기 비행 출발 시간이 밤 11시가 넘다 보니 그냥 하루를 빈둥거릴 수 없어서 아침 일찍 우붓 발리 사파리를 가기로 결정했다. 오전  7시 30분에 호텔 로비에서 택시 기사를 만나기로 하고 6시간 여행 일정을 잡았는데 아들을 아침 일찍 깨워 조식까지 먹 자신이 없었다. 바로 전날, 웨이트리스가 언제 한국에 들어가는지, 들어가기 전 뭘 할 건지 물어본다.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그럼 아침 조식 도시락을 준비해 줄까요?" 한다. 그런 서비스가 있냐고 물었더니 특별히 싸주겠다고 한다. 마음씀이 너무 고마웠다.


 살갑게 다가와 대화를 주고받던 웨이트리스와 이메일과 인스타그램을 교환했다. 첫해 때 만난 제자들보다 어린 이들은 마치 나의 학생들 같은 분까지 든다. 난 인스타 그램 계정만 있고 잘 안 한다고 했더니 신세대답게 내 핸드폰으로 가져가 확인하고 팔로우한다. 이제부터라도 인스타를 해야겠다고 했더니 환하게 웃는다. 


 젊은이답게 한국의 BTS와 블랙 핑크 이야기를 하며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우선 돈을 모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K-Pop과 한국 드라마는 신세대들 사이에 큰 인기다. 인도네시아어와 한국어는 언어상 유사점이 없어 보이는 데도 한국어 드라마에 빠져있는 이들은 한국어 발음이 듣기가 쉽다고 까지 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들 가운데 소리글자인 한국어를 그들의 알파벳으로 차용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뉴스를 기사를 본 것이 떠오른다. 감탄을 하고 넘겼던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 한국어가 외국인에게 듣기 편하고 쉬운 언어인가 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연락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귀국 후 안부를 물으며 인스타 계정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다. 언젠가 세 번째 방문을 기대하고 있는 발리에 로컬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들에게도 한국을 넘어선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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