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은 있습니다. 저도 처음으로 고3 담임할 때 힘들었어요. 그 해에 아이들에게 하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 졸업 후 바로 핸드폰을 없앨 정도였죠."
고3 담임이면 의례히 참여하게 되는 수박 연수(수시 대박으로 대학에 합격한다)를 이끌어주는 진학진도 베테랑교사의 고백이다.연수 1부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종료될 때쯤풀어놓은 그의과거사에서 현장의 긴장도를 낮춰주려는 배려가 읽힌다. 지금 당장 눈앞에 서있는전문가도 서툴고 어색한 초보의시절이 있었다. 작은 나의 모습과 높이 우뚝 솟은강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그의 기나긴 고군분투기를 하루아침에 흡수하려는 도둑놈 심보 아닐까. 시간이 쌓이면 나아지는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인정하련다.
전국의 고3 담임 선생님이라면 한 번쯤, 아니 당연히 알고 있는 이 연수는 매해 평일이 아닌 토요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연수 신청 당일은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접속 폭주로 온라인이 휘청거린다. 연수 신청 당일 오후 1시 전부터, 교무실에서 모든 고3 담인 선생님들이 대기 중이다. 1시 땡! 하는 소리와 함께 홈페이지로 돌격해 보지만 성공적으로 뚫리는 곳은 몇 안된다. 운 좋은 한 명의자리는 곧 성지가 된다.그분의 노트북 앞에 줄줄이 줄을 서서 연수 신청 시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고 [접수되었습니다]라는 신청 확인 메시지를 기다린다. 이런 연수는 처음이다. 강의 제목처럼 신청 과정부터 대박이다.다행히시간은 한참 걸렸어도 전원 성공이다. 미션 완수를 위해 첫 번째 문을 통과하고 나니, 학생들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입시 공부에 열과 성을 다하는 선생님들에게 뜨거운 전우애와 동지애가 느껴진다.
연수 당일, 출장길에 오른다. 오랜만에 경희대 캠퍼스를 밟았다. 대학가는 언제나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낸다. 폭풍 같은 3월을 보내느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봄꽃을 이곳에서 만끽했다. 전우들과 함께 사진으로 현장의 열기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전국에서 모인 고3 담임들로 북적인다. 10여 년 전 이곳을 처음 밟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놓치지 않고 제자들에게 물어서 가져다주려는 교사들의 사명감만은 여전하다.
2024년의 빅 이슈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다. 뜬금없는변수로 인해가뜩이나 수능 시장에서 불리한 조건에 있는 현역 고3 재학생들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1등급 비율에서 재수생과 N수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자그마치 68%에 육박한다. 여기에의대정원 증원 소식은 대학가는 물론이고 사회에 이미 진출한 회사원들까지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수능 시장으로 다시 뛰어들게 만들었다. 2025학년도, 그들이 수능에서 1등급을 탈환하게 될 비율을 75%까지 예측하기도 한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가려야 하는수능 과목에서 재학생들이큰 흐름을 거슬러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절대평가인 영어만이라도 꼭 사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 다음 날,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영어 무시하지 말고 끝까지 공부하라고. 영어를 가르쳐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상위 등급을 받쳐줄 유일한 동아줄이 될 것이라는 간절함에서였다. 2년 전 원고 작업을 했던 <초등생의 영어, 학부모의 계획>에도수능영어는 전략과목이며 절대 끝까지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른 과목의 하락을 완충하는 과목, 영어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이 전략이 필요한 해이다.
<초등생의 영어 학부모의 계획 중>
수박 연수의 베테랑 강사님께서 강의 끝에 강조하신다.
"재학생들에게 영어 공부하라고 꼭 말씀해 주세요!"
영어가 만능 답이 될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과목임은 확실하다. 얘들아, 절대평가라고 영어 그냥 넘기다 후회할 수 있다. 흘려 듣지 말고 영어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