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에게 6월 모의평가의 의미는 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평가원에서는6월, 9월두 차례의 모의평가를 통해 당해 학년도 수험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문항 난이도를 공개함과 동시에 결과에 따른 난이도 조절을 기한다. 현역들에게는본수능의 전반적인 방향과 기조, 수준 등을 읽을 수 있는 기회이다. 또한 재학생들만 대상으로 하는 교육청 모의고사와 다르게 재수생, N수생들이 유입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실제 수능에서 자신의 위치를 예측하고 학습의 방향과 대입 원서 접수시의 참고 자료가 된다. 물론,모의 평가와 본수능은 수험자의양과 질이상이하지만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다.
현역에게도 재수생에게도 N수생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험, 대학수학능력평가의 존재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아니 대한민국의 입시를 경험하고 있는 고3 아이들을 보면 언제나 짠하다. 과거의 개인적 경험이 오버랩되어서 더 그런가 보다. 살아보니 시험이 다가 아닌데 점수가 다인 듯 울고 웃는 아이들,엉덩이 붙이고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이 제자리걸음인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 시간에 놀았으면 덜 억울하기라도 할 텐데.고3 시절을 잘 견뎌내는 힘은 앞으로 살아갈 삶의 근육이된다는 말에 백분 동의한다. 근조직의 파열, 즉 아프게 찢어져야 근육이 자라고 강화된다. 근육통, 성장통을 모두 이고 지고 가는 학생들이 언제나 기쁘고 즐거울 수는 없는 게 문제다.
6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2차 지필고사가 끝나자마자 배부하였다.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주로 성적을 받아 든 당일과 그다음 날은 분위기가 쭉 가라앉는다. 여기에 비가 오는 날씨까지 더해지면 아이들은 물먹은 낙엽처럼 축 쳐져 바닥에 붙어있다.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큰 충격에 휩싸여 자성하는 우울함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농담 따먹기를 하며 키득키득거리며 행복하다. 하려던 잔소리를 접고 확인차 한 마디 던졌다.
얘들아, 니들 행복하니?
골똘히 생각을 해보기는커녕, 바로 "네!" 하고 답하는 녀석들이 많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너희들은 지금을 살고 있구나.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묻는 말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긍정의 답을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염려라는 무거움을 얹어주는 것이 무슨 의미이랴. 격려라는 북돋움이 더 큰 약이 아닐까. 눌러봤자 도 튄다면 올라가게 비계를 받쳐주는 게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
"선생님은 너희들의 10년 후가 참 궁금하다."라는 말과 함께 시를 선물을 했다. 'One and Only you'.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너. 뭐, 아이들이 시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으며 더듬어볼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하나 다른 모습을 지켜가며 지금처럼 현재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깊은 성적 걱정은 부모나 교사의 몫인 듯하다.사실, 학창 시절 공부 안 했다고 인생에 낙오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어떤 모양으로든 사회의 일원으로 한 자리 꿰차고 살아가게 되고, 때 되면 결혼하고 애 낳고 잘 살더라. 공부 안 해서 제일 걱정되었던 학생이 가장 빨리 결혼해서 아빠가 되는 책임감을 흔쾌히 지고 가는 걸 봤을 때 깨달았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각자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삶을 살아간다. 평균치를 따라가려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 서로 닮으려고 하는 것이 어리석고 부질없는 겉치례라고 시는 말한다. 그러니 우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만의 이야기를 써가면 되는 것이니. 그 모든 것은 나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