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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Jul 13. 2024

수능 성공의 전제 조건

멘탈 관리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소녀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이름 대신 '절대 실수 하지 않는 아이'라고 불린다. 알게 모르게 그녀의 삶은 경직되어 있다. 어느 날 무대에서 처음으로 실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소녀의 마음에 꽉 들어차있던 부담이라는 압이 웃음과 실소로 빠져나간다. 그 후, 마법처럼 마음이 자유해졌고, 소녀는 '대 실수하지 않는 아이'라는 차가운 별명대신 '베아트리체'라는 따스한 이름을 찾게 된다.




 7월 전국 모의고사를 앞두고 졸업생 한 명이 찾아왔다. 워낙 열심히, 그리고 재미나게 고등학교 생활 던 녀석이다. 서울로 대학을 갔으니 얼마나 구름 위를 떠다니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불 보듯 뻔하다.


"대학 생활 재미있어?"

"네! 진짜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여름 방학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로 했어요."


 올해 졸업생의 말이라면 효과 만점이겠지 생각하며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직속 선배의 경험담을 전수해 줄 요량으로 질문을 던졌다.


"수시 다 떨어지고 부담 백배였을 텐데 수능 시험 어떻게 끝까지 잘 보고 정시로 갔어?"

"사실, 수능 1교시 국어에서 완전히 망했어요."

 

 첫 번째 시험이 어려우면 대개는 멘 붕괴로 그다음 시험까지 폭망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뜩이나 긴장감이 큰 현역들은 더하다. 6월 모의 평가에서 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1교시 마치고 집에 가겠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말 그대로  붕괴였다. 실제 수능 시험장에서 오죽했으랴. 그런데 졸업생 녀석 특유의 긍정성이 빛을 바랐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권이다.


"그게요... 무슨 생각을 했냐면요... 진짜로...'에라 망했다. 재수해야겠다.'생각했어요. 그랬더니 긴장이 풀리고 마음 편해지더라고요. 수학부터는 잘 봐서 대학 갔지요."




  어떤 시험이든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해도 실전 당일, 정신력에서 삐끗하면 다 무너진다. 멘한 끗 차이로 12년 간의 공부 결실이 달라진다. 극심한 긴장 상태를 매끄럽게 통과하는 힘, 정말 중요하다.

 강심장, 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연아 선수다. 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 참여했던 그녀는 첫 번째 점프에서 실수를 하고 넘어져 7점을 감점당했다. 그러나 노련하게 점프 하나를 바로 연결해서 뛰어냄으로써 실점을 만회했다.


"실수가 나왔는데 일단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미리 생각을 해놔서 더블 점프를 붙이게 된 것 같아요."


 마이너스 상황 속에서 발휘된 그녀의 의연함은 실수에 대한 대처법까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는 지의 유무에서 나왔다.  파워는 완벽한 연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는 결과를 지 못했을 때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전략, 융통성, 그리고 강박 이겨내는 넉넉함 있다. 위기의 상황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받아들여 쪼그라들지 않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전화위복'의 힘으로 치환하는 배짱과 여유랄까.


"하늘이 내려준 선수가 금메달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부담은 없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


 그녀의 수많은 어록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요, 실력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은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기초 공사다.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갈고닦는 공정이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긴장도가 높다면 예민함을 촉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나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 실수 없이 완벽한 수행만을 예측하는 것은 대책 없는 자신감이자 오만일 수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실수는 있다. 경험이고 준비다. 


 3월부터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멘관리였다. 이미 일어난 일, 통제 불가능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선배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질문을 던졌다.


"시험이 너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한다?"

" 재수해야지 한다!"

"하하. 아니, 그런 생각으로 편하게 문제 풀라는 거야."

"네!"


물론,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안다. 그래도 삶의 시험을 통과할 때 자신감을 넘어선 오만이 방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솜털날 청춘인 아이들도, 그리고 나에게도 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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