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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Jul 20. 2024

이제, 잠시 안녕?

폭풍 같은 학기말을 접으며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음악 속에 묻혀 지내온 수많은 나날들이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 됐네.

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겠지
우린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봐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단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이젠 안녕>, 015B


 아련한 추억이다. 이 노래를 불렀던 시절이.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방학식 때. 시대를 거스르는 정서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학기말이었다. 매해 거듭할수록 신기하리만치 일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한눈팔지 않았는데, 왜 여전히 제자리에 멈춰는 걸까. 일정 업무 외에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일들로 아무리 달려도 여전히 고 있는 굼벵이가 된 기분이.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아이들, 불과 4주도  채 안 되는 시간을 지나면 수시 원서를 접수할 날이 코앞다. 지금까지의 성적을 출력해 주고 대학, 학과, 전형, 입시 결과 등 찾는 방법 등을 화면 띄어 놓고  알려주었는데도 검색의 수고를 거치지 않는다.


"얘들아, 수시 접수 카드 왜 제출 안 하는 거야? 선생님이 딱 집어주는 데로 갈 거야?"

"네!"


에효. 나도 굼벵인데 굼뜬 아이들까지 눈에 들어와 가슴이 턱 하 막힌다. 하나하나 데려다 앉혀 놓고 상담하는 데 끌어 쓰는 에너지가 꽤나 든다. 그래도 우선순위가 밀리면 안 되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생기부 업무를 제쳐 두고 방학식 아침까지 상담을 끝다. 그리고, 올 것 같지 않던 방학식 담임 시간이다. 여름방학 유의 사항, 학기말 성적표, 전 학년 성적표, 교과 우수 상장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교실을 들어서자 '이젠 안녕'이란 마음이 쏟아져 내린다.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니 살짝 뭉클하다. 2월, 교과서 받으러 왔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를 소환하니,


"전 그때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인지도 몰랐어요!"


모르고 지나갈 순간이라니, 이 시간을 알고 잡아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얘들아, 사진 찍자!"


뜬금없이 들이대는 카메라가 익숙해졌는지 그냥 포즈를 취해준다. 그리곤 갑자기 <이젠 안녕>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녀석이 있다.


"그 오래 노래를 어떻게 알아?"

"저 옛날 노래 좋아해요."


이젠 안녕...

아이들에게 건강 관리, 멘탈 관리, 시간 관리, 학습에 관한 잔소리들을 늘어놓고 잠시의 안녕을 고했다. 종이 치자 마자 '방학이다!'하며 신나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아이들. 나도 따라가고 싶다.

현실은, 평소 보다 더 늦은 퇴근이다. 기필코 끝내리라 다짐했던 생기부 작업은 미완료 상태로 집으로 끌고 온다.


모든 업무와 잠시라도 이젠 안녕을 고하고 싶었으나

흑, 미션 인컴플리트다.

나의 온전한 방학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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