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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Sep 08. 2024

대입 수시 상담

현실과 이상의 괴리

 학기 초 첫 상담을 할 때, 아이들의 성적을 보지 않는다. 성적으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 나름 이다. 물론, 학업 성취도(성적)여러 가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학생의 성실, 자기 관리 능력, 책임감, 인내와 과제 집착도 등 생을 살아가는 기초 체력을 가늠해 볼 수 있 지표다. 다만, 숫자가 알려줄 수 없는 가능성과 잠재력 배제되어 있 것이 한계. 점수, 등수, 등급, 백분위 등의 수치 뒤에 존재하지만 가려진 영역이 분명히 . 시기는 다르지만 누구나에게 심긴 발전 가능성이라는 씨앗 어디서, 어떻게 싹을 틔울지 모르는 일이다. 이를 제한하지 않기 위해, 포텐이 터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첫 일대일 만남  성적이라는 기준을 걸러다.


 대입 수시 상담은 다르다. 성적이 빠질 수 없는 참고 자료다.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을 따졌을 때 현실과 이상의 갭이 큰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가늠하고 조정해야 하는 담임의 임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여간 불편 것이 아니다. 날마다 새벽이면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날이 지속됐다. 나중에야 알았다. 왜 자꾸 깨는지를. 정신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 아이들을 어쩌나. 내가 뭐라고 감히 줄 세우듯 아이들성적이라는 꼬리표 갈 수 있는 대학 판단하고 매칭해주 있는 건지. 


 빡빡한 스케줄 업무로 집에 일을 싸들고 오는 날이 다반사였기에 육체적인 탈진은 기본이었다. 그보다 더욱 힘든 것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넘나드 줄다리기. 내신이나 모의고사 성적은 나오지 않는데 가고자 하는 대학은 저 위쪽에 있어 원서를 쓸 때만큼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끌어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안 그러면 정시로 미끄러질 확률이 높은 터라 대학을 가야 할 의향이 있다면 수시로라도 원서를 잘 써야 한다. 


 통계를 토대로 가상 시나리오까지 짜가며 원서 6개를 맞추는 작업에 학부모와 학생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성적이 잘 나오는 학생들은 큰 걱정이 없지만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대다수의 아이들은 현실 부정, 현실 인정형, 현실 도피형 의 모습을 보인다.


- 성적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재수를 불사하더라도 이 대학 밑으로는 안된다며 마지노선을 또렷하게 긋는 경우(현실 부정-미래 긍정형)

- 현실을 인정하고 성적에 맞춰 열심히 원서를 쓸 대학을 찾아오는 경우(현실 인정-적극 실행형)

- 현실을 인정하지만 어찌 되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원서를 쓸 대학을 찾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경우(현실 인정-소극 무기력형)

- 현실을 괴로워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게 있는 경우(현실 도피형)


 8월부터, 아니 여름방학 전부터 가지고 오라고 무한 반복했던 수시 희망 대학 리스트 상담 카드를 내지 않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몰아치는 업무 속에 여러 번 불러다 말해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느린 걸음의 아이들을 채근하는 데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기다리다 지쳐 눈을 치켜뜨자 결국 현실 도피형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고야 만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부모님이 못하게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물을 터뜨리며 고민의 무게를 호소하는 아이들을 보 마음이 짠하다. 앉혀놓고 눈물 젖은 속내를 들으며 다독인다. 무기력은 나름의 꽉 막힌 고민 덩어리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멍하게 어찌할 바를 몰라 표현조차 못하는 상태라고 할까. 성적으로 창창한 자신의 미래를 한계 짓는 현실 앞에 어떤 격려와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피곤해서 쉬고 싶은 토요일, 남편의 손에 이끌려 특별 새벽기도회로 향했다. 그간의 힘든 마음과 아이들의 인생 무게에 눈물이 쏟아졌다. 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구나. 남은 시간 동안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스러지는 마음을 일으켜 세워 계속 용기를 북돋워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의 가능성을 믿어스스로도 믿을 수 있게 독려하는 것.


 17년간 바보로 살았던 빅터는 남들이 붙여준 '바보'라는 딱지로 잠재력과 천재성을 발하지 못했다. 실제 IQ는 170을 넘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인생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내 안의 천재성은 외부의 평가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사장당할 수 있. 내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밀려드는 자신에 대한 불신을 밀어내고 긍정적인 믿음 갖는 것,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작업인 것 같다. 

 

자기 믿음이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직관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것이지.
세상에는 자기의 믿음을 방해하는
수많은 방해자가 있단다.
그들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프로그램을 주입시켜서 우리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지.
그러니까 너희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 <바보 빅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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