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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Oct 21. 2023

2년 간 10권의 책 출간 계약

까마귀를 넘어선 독수리? 이게 실화냐?

독수리를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새는 까마귀라고 한다. 까마귀는 독수리의 등에 올라타 목을 조르며 공격한다. 하지만 독수리는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날개를 활짝 펴고 최대한 높이 날아오른다. 독수리가 더 높이 날면 날수록  까마귀는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 결국, 까마귀는 산소가 부족해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여기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까마귀 같은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계속해서 높이 날아가는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러면 결국 까마귀는 스스로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계속해서 높게 날아갈 것이니까.


여기서 까마귀는 사람일 수도, 어떤 문제일 수도 있다. 보잘 것 없는 까마귀 때문에 내 삶과 꿈과 미래를 흐려지게 하면 안 된다. 꾸준하고 멋진 행동으로 까마귀를 쫓아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할 수 있다. 끝내 해낼 것이다.




2022년 5월, 첫 책이 출간되었다. 2023년 10월 현재,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10권의 책 가운데 7권 출간되었(공저 3권 포함). 계약된 나머지 개인저서 3권 중 한 권은 원고 집필 완료 후, 편집장님의 손을 한번 거쳐 넘어온  첫 번째 교열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 나머지 2권 집필박차를 가한다면 내년에 3권 모두 상에 얼굴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섞어 본다. 따져본 적 없이 글만 쓰다가 얼마 전 동생들이 대화창에서  한 마디씩 던진. 


"언니, 책출간이 취미야?"

"아니지, 누나 이 정도면 특기지."


우스개 소리로 놀림 아닌 놀림을 들으 계산기를 두들겨 보다. 첫 책 출간일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1반 정 지으니, 평균 2.4개월마다 책이 한 권씩 출간된 셈이다. 와우, 예기치 못했던 실이다. 이게 실화인가? 2년 전만 해도 '책을 대체 어떻게 내는 거지?' 하며 출간 작가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찬탄을 보냈다. 처럼 지극히 평범한 생활자도 다작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과연 손바닥 뒤집 변화 동력무엇이었을까?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감히 스스로를 독수리라 여기지는 못한다. 다만 집요한 까마귀가 나를 괴롭혔노라 말할 수 있다. 2020년, 혼돈의 코로나 속에 내적 방황으로 질척이며 한 해를 보냈다. 현실 속에 허우적대며 힘없이 2021년 1월 맞이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자아 리셋하고 싶은 절박통째로 넘어왔다. 일, 상황, 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나를 괴롭히는 까마귀 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자책, 무력, 체념 등을 통과하니 다시 살아낼 절실함 남았다. 더 이상 잃 것이 없다 보니 '0'에서 시작하는 겸손함 렸다. 


우연히 ''이란 도구를 만났 이에 매달렸다. 나를 풀어내는 시간, 매일  세계에서 읽고 쓰고 놀며 회복과 격려와 도전을 움켜 잡았다. 1년간 쉬지 않 글과 함께 걸었다.  시간 끝 더 이상 어둠이 아니었다. 2021년 끝자락, 생전 처음 출간 계약이라는 밝은 빛 비치었다. 묵묵히 일상을 글과 함께 살아낸 뜻밖의 기적이었다. 2022년 1월, 새로운 삶에 대한 설렘만 통째로  넘어왔. 불과 1년 전과는 정반대의 반전이었다.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면에서 난 무척이나 미련하다. 까마귀에게 속수무책 그냥 당한다. 머리 굴려 묻고 따지는 것이 약해서다. 까마귀가 목을 죄 쪼아대면 아픔을 혼자서 삼키고 운다. 눈물을 짜내고 바닥까지 곤두박질치고 난 후에야 안간힘을 쓰며 날개를 편다. 반응하지 않는 독수리과는 아니다. 그래도 일단 날개를 펼치면 단순하게 그냥 간다.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 나를 해한 그 성정(性情)으로 다시 나를 지키다니 슬프고 미련한 역설이다. 미련한 나와 함께 미련하게 쌓인 시간, 제법 근사반전의 비결이기도 하다. 근력과 내공 복리 차곡차곡 쌓여 눈덩이 효과를 만들어 낸다. 1년 간의 힘듦과 1년 간의 글쓰기라는 담금질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어떠한 결과를 노린 것도 아니었고 그저 절박함으로 버텼을 뿐인데 열매는 달았다.


 '위기'는 '기회'이다. 이 말을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문제의 까마귀가 떼로 몰려들 때, 지속해서 날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꾸준한', '행동'의 날개를 펴고 있다면, 언젠가 높은 곳에서 비행하는 나를 만나게 된다. 하찮은 까마귀에 반응하지 않는 독수리의 비행은 결국 높게 날아올라 화려한 복귀를 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어준다. 이제, 인생길 도처에서 끊임없이 부딪치는 까마귀 따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잠시 잠깐 퉁하고 튕겨나가 뒷걸음질 치기도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다. 그냥 내 길을 꾸준히 가는 것, 삶으로 체득한 알짜배기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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