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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Oct 23. 2023

첫 에세이 출간의 비밀

절묘한 타이밍, 여러 요소들의 총합 <아침 10분 영어필사의 힘>

어쨌거나 시도하다 보니 길이 생겼다. 삶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기회도 만났다. 실행하지 않았으면 백 프로 부재할 마주침이다. 뭐든 건지려면 투입이 전제되어야 하듯 기본값이 설정되어야 결과값이 산출된다. 산출물이 똥일지 된장일지는 나중 문제다. 시작하는 것, 기본이다.

      - <아침 10분 영어필사의 힘>, 위혜정 -


나의 현재는 여러 사람, 여러 상황, 여러 기회들의 총합이다. 기폭제가 단 하나인 경우는 드물다. 지금 이 시점의 인생은 의식무의식의 반경 내에 있는 두를 하나로 합쳐 묶은 총체적 결론. 어디서 어떻게 흘러 들어온지도 모르는 물결 위에서도 삶은 흐름을 탄다. 교묘히 연결된 모든 것들의 합작품, 첫 책이 그랬다. 글 쓰는 삶의 결실이자 앞으로의 출간에 줄이 물꼬를 터준, 똥이 아닌 진정한 된장이었다.



1. 사람들과의 만남


겨운 2020년을 마무리하며 '힐링'이 무엇보다 절실한 키워드였다. 사무치는 갈급함 때문이었는지 '교사의 힐링과 성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어느 교사 모임의 모집 슬로건이다. 산산이 부서진 내면 한 조각 한 조각 다시 붙여야겠다는 절박힐링이란 단어를 붙잡았다. '나, 괜찮아질 수 있을까?' 의심이 올라왔지만 회복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마음에 약을 바르고 치료하 위해 강력한 처방, 공동체의 힘에 기대기로 결정했. 롭게 흘러들어 간 세계는 낯설었다. 납작하게 쭈글가 된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 속에 살아가는 교사들을 만났다. 나 빼고 모두 너. 무. . 단. 해. 보였다. 비교에 치이기보다 긍정 에너지의 기운에 나를 맡다.  발걸음은 새벽기상 모임이었다.


 2021년 1월의 첫날, 꼭두새벽에 기상해서 음양탕, 스트레칭, 독서와 글쓰기, 일상을 기록하는 삶 시작다. 모임 첫날, 뒤통수를 때려 맞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 나는 아침형, 아니 새벽형 인간이었지!' 육아에 치여 몇 년간 잊고 살았던 내가 보였다.  평생의 아침형 생체리듬이 리부트 되는 데 한 달의 모임이면 충분했다. 신기하게 몸이 기억하고 었기에 거뜬히 새벽 루틴에 적응다. 두 번째 달부터는 혼자 단독으로 새벽 시간을 열다. 교사모임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저녁 시간이었기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지만 2021년 1월의 새벽 일정 교사들 간의 주고받는 대화에서 오는 긍정의 기운들은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저녁 시간은 어린 들과 가족을 위해 오롯이 비워두기로 결정을 하니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새벽이 유일했다. 나만의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조금씩 빨라지던 기상 시간이, 물론 과거형이지만, 새벽 4시 20분으로 고정되었다. 새벽녘의 고독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알람 없이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루틴이 누군가와 함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새벽 글쓰기 클럽>이라는 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퍼스널 브랜딩의 대표님과 작가님이 함께 운영하는 글 쓰는 1인 기업가들의 모임이었다. 1인 기업가라는 새로운 세계와의 접선, 신선했다. 신세계라고나 할까. 교사 이외의 직업군에서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6개월 간 교류하며 새벽 시간이 글과 함께 더욱 풍성해졌다. 지금은 없어진 모임, 타이밍도 절묘했다.


2. 책과의 만남


누구나 인생책이 있다. 나에겐 조신영 작가님의 <성공하는  한국인의 7가지 습관>이 그렇다. 원래 자기 계발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뻔한 스토리, 그들만의 리그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2021년 1월, 난생처음으로 별생각없이 자비를 들여  자기계발서가 삶에 큰 불을 지폈다. 어쩌면 변화에 대한 갈망과 절박감이 어떤 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흡수력이 되었을지 모른다. 결혼은 타이밍이라더니, 책과의 만남 역시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생각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니 작은 성취감들이 생겨났다.

책에서 제시하는 100개의 꿈목록을 3일 동안 작성하며 행복에 겨다. 현실은 시궁창 같았지만 머릿속에 둥둥 떠올린 꿈들이 천상을 날아다니는 황홀감에 젖게 했다. 꿈 목록에 살포시 '내 이름으로 책 출간하기' 끼워 넣었다. 당시로선 가능성 제로였지만, 가진 거라곤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뿐이었.


3. 영어필사와의 만남


2021년 1월 말, 네다섯 명의 영어 선생님들과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영어 원서를 필사하기 시작했다. 슬로리딩의 한 가지 방법인 필사를 영어책으로 먼저 경험하게 되었다. 1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장장 4개월 간 매일 조금씩 필사하며 한 권의 책을 읽었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습관과 교묘하게 결합되어 필사 후, 자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다. 교사들과 함께하는 필사 종료 후, 아쉬움이 남았다.  혼자 1년간 여러 권의 영어 소설책을 필사하며 슬로리딩과 글쓰기를 지속했다. 누군가와 함께 천천히 읽고 나누는 것도 좋지만, 육아로 인 오프라인 모임 참여 한계 속에서 나만의 영어 슬로리딩, 혼자서 오롯이 집중하며, 읽는 재미와 쓰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었다.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매일 만나는 학생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꼭꼭 씹어 슬로리딩한 책, <A long walk to water(우물 파는 아이들)>, <The old man and the sea(노인과 바다)>, <The color of my words>를 학기 중에, 혹은 방학 중에 천천히 읽고 함께 필사하며 소감을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영어는 시험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영어 소설책 보다 호흡이  영어 동화책, 영시, 명언 등 텍스트 골라내기 시작했다. 아들의 유년기를 통과하며 읽어주었던 영어 동화책이 감성과 철학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희망자들만 받아서 영어 필사팀 꾸렸다.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영어로 글을 쓰고 느낌을 나누며 그들이 숨 막히는 입시 일상 속에 짧게나마 숨통을 우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좋았다.


4. 성찰


<새벽 글쓰기 클럽>에서 만난 백미정 작가님께 '영어필사책 써보고 싶어요!' 했다. 에세이 코칭 작가은 나의 이야기를 함께 써볼 것을 제안하셨다. 본격적으로 나를 성찰하고 내 삶을 쓰면서 에세이 맛을 느끼게 되었다. 누구도 관심 없지만 나만은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하는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성찰, 치유, 회복, 성장의 키워드들을 가져갔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텍스트들과 삶 대한 스토리텔링이 접목되어 출간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2021년 12월,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고 나서 그 해 1월에 작성했던 꿈 목록이 떠올랐다. 글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했던 꿈이 진정 현실이 되는구나! 감격스러웠다. 2022년 1월, 출판사에 최종 원고를 넘기고 2022년 5월, 내 이름으로 첫 책을 품에 안았다.

 



현재의 나는, 여러 사람들의 합이다. 현재의 상황도 여러 상황들의 합이다. 지금 나에게 온 기회도 과거 여러 시도들의 합이다. 여러 요소들의 합에 기가 막힌 타이밍 더해지면 인생은 다이내믹한 무대가 된다. 2021년 1월 사람, 책, 영어 필사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삶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왔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을 걸으며, 대로이든 샛길이든, 마주하든 스치고 지나, 모든 인연들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내 인생에 어떤 모양으로든 부싯돌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지만 마주치게 될 순간들 기대하며 오늘을 출발 수 있.


작은 것이 모인 총합은 실로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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