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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Oct 29. 2023

출간 계약 = 99% 무선이 아닌 유선

메일이 아닌, 전화가 출간의 청신호

"원고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소요기간은 2주에서 한 달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출판계에서 통용되는 정중한 거절의 메시지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원고를 받는 편집장님들이 검토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초대형 출판사가 아니라면, 혹은 자비 출판을 돕는 출판사가 아니라면, 메일출간 의사 타진지 않는다. 투고 후 적어도 일주일 안에 전화가 오고, 유선 상으로 계약 대한 논의  출간 진행한다. 적어도 나의 경험은 그랬다.


수많은 원고의 틈새에서 자신의 원고 눈에 띄게 하기 위 투고 비법들이 난무하다. 하지만 껍데기가 아닌 진짜배기 알맹이는 편집장들 눈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수도 없글을 상대해 온 베테랑들이다. 얼굴만 봐도 학생의 성격을 파악하는 교사들  존재하는 것처럼 출판계업계도 당연지사 아닐까. 출판사가 지향하는 범주 내의 원고라면 먼저 전화가 걸려온다. 출간의 청신호는 메일이 아닌, 전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에세이를 투고했다. 4개월 간 들인 정성을 금방이라도 알아봐 줄 출판사가 나타날 거라 기대했다. 제. 대.로. 착각했다. 투고 후 하나씩 둘씩 답장이 오는데 대부분 원고 검토 후 연락을 준다는 내용이다. 친절하게 답장을 해주면 다행이다. 아예 답장 없는 곳도 수두룩했으니까. 초짜 투고자라 순진하게 기다리면 연락이 올 줄 철떡 같이 믿었다. 일주일 단위로 3주에 걸쳐 투고를 계속했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가 기다림이 되고, 점차 좌절과 체념으로 바뀌어 갔다. '아, 안 되겠구나...' 포기로 마음을 접을 무렵, 투고했던 한 출판사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 난생처음으로 출판사 편집장님과 통화를 하다니, 가슴이 떨렸다.


"위혜정 작가님이시죠? OO 출판사 편집장이에요. 보내주신 원고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혹시 다른 기획으로 원고 써주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아, 보내주신 원고는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서 출간 진행은 못하지만 다른 종류의 책으로 기획출판 계약하면 어떨까 해서요. 어떻게 보시느냐에 따라 좋은 소식 전해드리는 거예요."


작가라니. 글 쓴 것에 대한 우가 낯설고 어색했다. 물론, 원고를 채우는 시간과 맞바꾼 호칭이었기에 수고에 대한 토닥임이기도 했다. 기획출판은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기획을 하고 저자를 찾는 방식이다. 투고한 원고를 출간하는 것도 기획출판이지만, 순수하게 편집장님이 먼저 책의 밑그림그리고 원고 작업이 뒷따르는 것도 기획출판이다. 초보 작가에게 얼마나 획기적인 제안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투고했던 원고가 거절당했다는 무참함 휩쓸려서 생각해 보고 연락해 달라는 편집장님께 '네.'하고 텅 빈 답을 전했. 다른 원고를 다시 쓸 여력이 없정도로 마음의 소모가 다.


마지막 3주 차 투고를 한 후 또 한 차례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다. '뭐, 안되면 자가출판이라도 하지!'라는 생각까지 닿았다. 남편 역시, 아내의 책에 대한 출간 의지를 함께 불태워 주었다. 

그런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반전이. 출판사 대표님들과 줄줄이 통화하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출간 조건은 출판사마다 천차만별이. 계약금의 유무 및 금액도 달랐고, 인세 정산 적용 기준도 달랐다. 즉, 책 한 권당 인세를 바로 정산하는 경우도 있고 정해진 부수의 책이 판매된 이후부터 인세를 정산해 주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계약 후 출간일까지의 소요 시간, 종이책에 이어 전자책 출간과 전자책 인세 비율도 다 달랐다.


결국, 운 좋게 총 6군데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다림의 시간이 무색하게 설렘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골라먹는 재미?라고 했던가. 여러 출판사를 놓고 계약 조건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자부담 없이 계약금, 전자책 출간, 인세 비율이 가장 은 출판사를 선택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아침 10분 영어필사의 힘>은 앞으로도 계속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해준 첫 단추이자 쏘아 올 작은 공이었다. 7권의 개인 저서 계약 중에서 유일하게 투고 했던 책이다. 애절함이 담겨있기도 하다. 책을 쓰는 동안 건강하게 옆에 계셨던 아버지가 책이 출간될 즈음 하늘의 별이 되셨다.


"아버지는 건강하세요?"


책을 읽어주신 한 선생님께서 안부를 묻는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이내 마음이 찡했다. 아버지께 드리는 헌정서가 되어버린 책이기에. 어쩌면 아버지는 하늘에서 딸의 글 쓰는 인생길을 활짝 열어주시고 계신지도 모른다. 글쓰기 인생의 서막을 열어준 <아침 10분 영어 필사의 힘>은 나에게 애잔한 첫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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