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지수, 책을 출간하기 전까지는 무엇인지 몰랐다. 아니, 그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 저자가 되고 보니 매일 아침 일어나서 확인하는 것이 판매지수이다.
판매지수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판매에 대한 실적을 수치화한 것이다. 판매지수를 공개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Yes24]이며 [알라딘]은세일즈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인터파크서점]은 판매지수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정보를 공개한다. [인터넷 교보]가 수치화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 서점 업계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Yes24]가 집계한 판매지수는 판매실적을 어느 정도 가늠하는데참고자료가 된다.
저자와 출판사간에 객관적으로 공유되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저자는 책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정확한 부수를알지 못한다. 출판사가 인세를 정산해 줄 때 제시하는 자료에 의지할 뿐이다.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출판업계의 관행으로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그저 출판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물론, 판매지수만으로 정확한 판매부수를 알 수는 없으며 그저판매 추이를 들여다보는 정도다.판매지수는 출간도서와 함께 아래쪽에 다음과 같이 표기된다.
<Yes24 판매지수>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
<인터파크 서점 판매지수>
판매지수는 단순히 책이 판매된 수량을 일괄적으로 합산한 것이 아니다.[Yes24]에서 밝힌 바로는 누적 판매분과 최근 6개월 간의 판매 수량과 주문 건에 종합적인 가중치를 두어 집계한다. 연간 총 책 판매 수량이 같더라도 일별, 주별, 월별, 연별 판매량의 추이에 따라 각각 다른 가중치가 부여되며 내부적인 알고리즘에 따라 판매지수가 산출된다. 자세한 알고리즘은 대외비이라고 하니 외부자로서 추측만 할 뿐이다.
판매지수는 매일 업데이트된다. 판매지수가 올라가면 그만큼 책이 팔렸다는 의미이며 판매지수가 보합상태에 있다가 점차 내려가면 판매실적이 하락세임을 뜻한다. 경험상으로 예측컨대 [Yes24]의 경우, 출간 직후의 초기값은한 권당 60점 정도인 것 같다. 즉, 책 5권이 판매되면 5x60=300으로 판매지수가 300점 상승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복합적인 알고리즘의 적용으로 출간 직후에나 볼 수 있는 60의 배수라는 딱 떨어지는 수치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개인저서 작업을 할 때는 몰랐으나, 공저를 하면서 판매지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아니,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이는 꼼수(?)라고 해야 할까. 베스트셀러란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을 의미한다. 주, 월, 분기, 년 단위로 조사되며 화제성, 대중성 측면에서 성공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베스트셀러는 고전과 같이 우수한 책의 보증수표라기보다는 동시대의 문화와 유행 트렌드를 잘 읽어낸 상업성 높은 책을 말한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베스트셀러임에도 실망감을 주는 책 역시 많다.
어쨌거나 초보 작가들에게베스트셀러 딱지 자체가 주는 의미는크다. 글쓰기를 감행해 온 시간들에 대한 보상, 혹은 그동안의 책 작업을 치하하는 훈장이 되어준다.판매지수는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훈장을 달 수 있을까?
첫째, 출간 직후 단기간을 공략해야한다.예약 판매 기간을 포함해서 책의 출고 가능한 시점부터 일주일 내에 판매실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출간발 베스트셀러는 이 기간에 이루어진다. 출간 초기에 저자 구매, 지인 찬스, 북토크 등을 활용하여 집중적으로 책 구매가 일어나는 것이 관건이다.높은 판매지수와 베스트셀러 딱지는 동가(同價)가 아니다. 판매지수가 더 낮더라도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이고 있거나 판매지수는 높은데 베스트셀러가 아닌 경우가 있다. 단기간의 집중 공략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초기의 높은 판매지수로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이게 되면 추후에 판매추이가 주춤해지더라도 더 오랜 기간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첫 공저책이 공저자들의 으쌰으쌰 협업을 통해 순식간에 판매지수 10,000점을 넘기고 나니 꽤나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딱지를 달고 있었던 경험이 있다.
둘째, 책 판매 시 건별 실적이 중요하다.즉, 한 명이 한 번에 7권을 구매하는 것은 1건이지만 7명이 1권씩 구매하는 것은 7건으로 높은 가점으로 집계된다. 또한 한 명의 구매자가 여러권의 책을 사고 싶을 때 한꺼번에 7권의 가격을 결제하는 것보다 한 권씩 개별 결제하는 것이번거롭더라도 건수를 높여 판매지수를 올릴 수 있는 전략이다.
"편집장님, 제 책에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었던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이건 기준이 뭔가요?"
첫 책을 출간하고 네이버에 베스트셀러로 책이 등록되어 있는 것에 깜짝 놀라 출판사에 문의를 드렸다.
"인터넷상 책의 검색 조회수, 판매 실적 등이 종합적으로 집계되는 거예요. 베스트셀러 딱지 붙었을 때 얼른 사진 찍어두세요. 있다가 없다가 하거든요."
그때는 책 출간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는 마음가짐이었기에 뚯밖의 베스트셀러 희소식에 얼마나 감격과 흥분을 했는지 모른다. 가시적인 훈장에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안다.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상, 언젠가는 없어질 타이틀이라는 것을.더 이상 초기의 반짝 베스트셀러 딱지에 환호하거나 연연하지 않는다.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알 만큼 머리가 컸다고나 할까. 꾸준하게 판매지수가 우상향 하는 스테디셀러가 더 매력 있다.호들갑 떨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 무엇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꼭 있어야 하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것, 이게 삶의 본질 아닐까. '스테디'를 확인하기 위해 오늘도 난 판매지수를 확인한다. 출간되는 책의 수가 늘어날수록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그래도 난 이 루틴을 즐긴다. '베스트'가 아니라 '스테디'한 글을 쓰며 살아갈 수 있는 동기이자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