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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혜정 Dec 19. 2023

생애 첫 출판사 방문: 성실과 진정성의 열매

네 번째 책 계약

무슨 일이든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경험도 없이 확장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일단은 하나를 제대로 끝까지 해봐야 한다. 하나에 몰입해서 성과를 낸 다음에야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 <나의 하루는 세 번 시작된다> 중, 유근용     


하나의 경험을 끝내야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생애 첫 출판사 기획 원고학부모 교육서를 완료하고 동일한 출판사에서 또 연락 주셨다. 다른 책을 집필해 달라는 요청다. 6개월 간의 원고 집필 기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마감 기한에 맞추어 끝까지 완수하였더니 또 다른 기회가 기다리고 있.


"어학 학습서를 집필할 저자를 물색하다가 선생님이 딱 떠올랐어요. 혹시 집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뭐라고 기라성 같은 저자들을 뚫고 편집장님의 머릿속에 떠올랐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고, 1년 전, 막 책 계약을 한 저자의 아버지 장례식장으로 화환까지 보내주신 편집장님의 따뜻함에 감사한 마음으로 미팅 날짜를 잡았다. 새로운 경험의 확장에 가슴이 콩닥되기 시작했다.


"출판사와 선생님 댁 중간 지점 쯤되는 강남으로 제가 가서 뵈어도 되고, 선생님께서 출판사를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직접 오시는 것 역시 환영합니다. 드디어 선생님을 직접 뵙네요. 꽃단장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방학을 한 터라 여유롭게 출판사행을 선택했다. 난생처음, 그것도 대낮에 서점이 아닌 출판사를 방문하는 길은 마치 갓 연애를 시작한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설레었다. 센스 있는 편집장님의 멘트에 기분 좋게 만남의 기쁨을 기대1시간이 넘는 길, 강북으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상상해 왔던 출판사 사무실의 분주함은 온데간데없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를 들어서자 단번에 나를 알아보신 편집장님께서 달려 나와 미팅실로 안내해 주셨다. 잠시 후 대표 이사님께서 들어오셔서 명함을 건네주신다. 아직 첫 책이 출간되기 전이었 터라 책에 대한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이사님께서 직접 기획하신 책이라고 하시며 "원고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남 주셨다. 드디어 편집장님과 마주 앉았다. 유선 내지는 이메일 상으로만 소통했던 을 직접 뵈니 살짝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 든다.


2시간이 넘도록 새로 기획하고 있는 책에 대한 내용, 영어 교육에 대한 질의응답까지 미팅과 수다를 넘나 들었다. 편집장님이시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 영어 교육에 대한 소신과 궁금증들을 풀어놓으신다. 딱딱한 업무에 대한 의견 아닌, 학교 현장과 영어 교육, 소소한 일상 이야기 등이 가미되어 말랑말랑한 분위기 속에서 미팅을 마쳤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부분, '나를 어떻게 집필자로 떠올리셨지?'에 대한 답얻었.


"계약하고 잠수 타시는 저자님들 많으세요. 원고 마감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연락을 아예 안 받으세요. 선생님께서 약속 기한을 딱 맞춰주신 것도 감사했고 원고를 정성스럽게 써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계약하고 잠수 타는 경우라면 계약금 먹튀인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기에 백분 이해되는 심정이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통계 및 논문 등의 근거 자료를 찾고 덧붙이는 과정 속에 가슴이 턱턱 막힐 때, 마감일의 압박으로 헉헉 거릴 때, 양도 질도 성에 차지 않는 원고를 마주하며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계약서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찾아왔다.  다행이었는지 계약금을 다 써버린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약속은 깨는 것이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스스로 다독이고, 백만번 되뇌었다. 결국, '성실''진정성'이라는 인생 키워드를 지켜냈. 남모르게 가슴앓이 했던 과정을 알아봐 주다니, 가슴 뭉클했다. 놓치지 않고 끝까지 쥐고 있었던 인생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투시력에 탄복했다. 




책 집필은 내 삶을 통과하는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 어학 학습책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새로웠다. 낯선 영역의 도전은 어설픔이 존재한다.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는 덜 힘들다'이다. 시간의 양을 꿋꿋하게 채우면 원고 마침표가 찍히게 된. 이제 1 마치고 편집장님의 손끝에서 좋은 책이 탄생하기를 기다리 있다. 그녀와 두 번의 약속을 지켜낸 셈이다. 뿌듯하다. 신뢰를 주는 저자로 자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롯이 하나의 경험을 제대로, 완전히, 끝까지 통과할 때 얻게 되는 메달다.


진짜 성공의 조짐은 기회가 아니라 그 기회로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경험의 확장성 역시 마찬가지다. 시도 첫 단추이다. 일단 첫걸음을 떼면 온전하게 하나의 경험을 끝까지 해내야 하며, 그 성과를 기반으로 경험이 확장된다. 카네기는 성공에는 운의 요소는 전혀 없다고 까지 말했다. 운 좋게 기회를 얻더라도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바로 실행이기 때문이다. 경험의 확장은 성실한 실행에서 나온다. 결국, 실행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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