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강력한 구매 유인 요소다. 같은 내용을 어떤 제목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가 <연금술사>와 <상실의 시대>이다. 물론 둘 다 번역본이긴 하지만, 제목을 바꾸어서 재출판했을 때 두 책 모두 판매량이 급등하여 한국시장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꿈을 찾아 떠나는 양치기 소년> 보다는 <연금술사>가,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상실의 시대>가 독자에게 더 강력하게 어필하는 제목이었다.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지> 역시 원래 제목은 <젊은 그대들에게>였다. 출판사 편집장의 고심으로 젊은이들을 공감해 주는 키워드 '아픔'을 콕 집어내어 제목을 위트 있게 뽑아내었을 때 평범한 제목에 묻혀버릴 수 있었던 책이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게 되었다.
제목은 책의 얼굴이자 곧 매출이다. 출판사에서 원고 교열이 끝날 때까지 고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제목을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인쇄 직전에 수정하기도 한다. 물론, 처음부터 저자가 구상하고 있던 가제를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유명 작가의 경우, 고집하는 제목을 출간 계약 조건으로 걸기도 한다. 하지만 책 제목을 정하는 일은 오래도록 출판 시장에 몸담아 온 편집장들의 센스가 백분 발휘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독자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는 제목을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편집장들의 경험과 노하우 덕분에 초보 작가들은 제목 잡는 일에 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다만, 출판사와의 계약이라는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서 눈길을 끄는 제목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첫째, 타깃 독자를 한정해서 제목에 넣으면 해당 대상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 <10대를 위한 그릿>,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 <마흔에 읽는 니체>, <김미경의 마흔 수업>, <오십에 읽는 주역>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계를 설정할 경우, 독자층이 얇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타깃 독자만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의 느낌을 발하며 응집력 있게 특정 그룹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연령층을 향한 이야기라면 '무슨 이야기 일까?'더 궁금해지기 마련이고 인생을 산 경험치만큼 공감도가 넓어지는 집약 효과가 있다.
둘째, 책 내용의 키워드를 단순 명료하게 제목에 넣거나 여러 가지 기법으로 키워드를 재치 있게 장식할 때 눈길을 끄는 제목이 된다. 즉, 반어, 역설, 모순, 의심, 질문 등의 기법을 활용하여 제목의 단조로움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돈의 속성>, <말의 진심>,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도둑맞은 집중력>은 책 내용을 예측할 수 있는 키워드가 명확하게 반영되어 있는 제목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물속의 물고기도 목이 마르다>, <아무도 늙지 않는 세상>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는 역설과 모순의 기법으로 살짝 꼬아 호기심을 발동시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찌질한 위인전>, <노력 금지>의 경우도 일반적인 관념을 깨는 신선함이 묻어난 제목이다. 의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법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질문이 훅 들어오면 답을 찾기 위해 한번쯤 머리를 굴리게 되고 정답을 알려줄 것 같은 책에 손이 갈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요 근래 트렌드를 뽑아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은 영역의 키워드를 제목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책 내용 자체도 시대적 관심사에 부응하는 것을 전제한다. 부(돈, 부동산, 투자)와 쓸모(효용성)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꾸준하게 어필하는 소재다. 코로나 이후에는 위로와 격려, 책 쓰기, 퍼스널 브랜딩 등의 새로운 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기, 나 역시 그 안에서 궁금했던 그 세대의 키워드들이 확실한 훅이 되어 책을 집어 들게 만든다. 여기에다 특정 영역의 초보자들을 위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내서 느낌을 추가한다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 때문에 책매출을 올릴 수 있다.
<부의 추월차선>, <나는 집 대신 땅에 투자한다>, <손실 없는 투자 원칙>, <역사의 쓸모>,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 등은 요즘의 키워드를 제목에 끼워 넣은 대표적인 예이다. 시대 읽기가 중요하다 보니 매해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 종합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도 인기몰이 중이다. 복잡 다양한 현재를 분석하여 요약해 주는 책제목과 콘텐츠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달라 투자 무조건 따라 하기>, <주식투자 무조건 따라 하기>,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의 경우 초보자들이 첫발을 내딛도록 도와주는 책으로 대상 그룹에 대한 책 수요의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제목이다.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등의 에세이 역시 이 시대에 지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격려와 다독임을 긍정의 메시지와 연결하여 제목에 반영한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넷째, 수치나 통계 등 숫자가 들어가는 제목이 어필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확성을 상징하는 숫자의 신뢰도는 책에 진정성과 믿음의 무게를 실어준다. <울트라러닝 세계 0.1%가 지식을 얻는 비밀>, <하버드 상의 1퍼센트의 비밀>, <사이토 히토리의 1퍼센트 부자의 법칙>, <100일 아침 습관의 기적> 등의 제목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가질 수 있는 비결과 비법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상승시키고, 강력한 동기부여와 더불어 동력을 제공하는 힘을 가진다.
다섯째, 문장으로 제목을 풀어쓰는 것도 요즘의 트렌드다. 문장형 제목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와 같이 시나 소설 등의 문학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감성을 자극하는 에세이뿐만 아니라 인문, 경제, 건강, 자기 계발 분야도 문장형 제목이 유입되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로 억대 연봉 번다> 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다. 문장형 제목은 명사형 대신 동사형을 추가적으로 제목에 넣음으로써 그 상황과 처지에 독자를 그대로 대입하여 공감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한 책의 내용이 직관적으로 제목에 요약되어 있어서 보자마자 강한 흡인력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이 다섯 가지 외에도 제목 잡기 노하우들이 즐비하다. 베스트셀러의 제목 일부를 살짝 떼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OO의 쓸모', 'OO에 읽는 OO', 'OO의 말들', 'OO 할 용기', 'OO의 힘', '어서 와! OO' 등 이미 들어봄 직한 문구들을 일부 제목에 끼워 넣어 구매자의 마음을 낚아채기 한다. 그러다 보니 책 제목만 보고 집어 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그만큼 책 제목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하다. 탁월한 원고만큼이나 중요한 제목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화룡점정과 같다. 용을 다 그리고 마지막 눈동자를 그리는 일처럼 가장 중요한 일을 끝내는 작업이다. 나의 글이 날개를 달수 있는 최종 단계, 제목 잡기는 끝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